일기

170925.

comodisimo 2017. 9. 25. 16:22

손에 아무일도 잡히지 않는다.

간단한 수술이고, 잘 해결될거다, 라고 하는데 그 말은 사실이지만 사실 난 지금 아무 의욕이 없다. 그런 말도 듣고 싶지 않다. 


입원해서 읽으려고 책을 한 권 빌렸다. 김애란의 '비행운'

서평에서 어떤 사람은 지독하게 우울한 책이라고 그랬다. 그런게 필요했다. 나보다 우울한 사람들의 이야기. 나쁜 말 처럼 들릴진 몰라도, 그런 얘기가 필요하다. 나의 일상이, 나의 외로움이 아무것도 아닌 일이라고, 스스로에게 각인시켜줄 그런 얘기. 그러니 그만 청승떨라고.


당이 떨어지는 기분이 들어 하루종일 간식을 입에 물고 살았다. 배는 부른데 입에서 자꾸 먹으라 한다. 살 찌기 딱 좋은 계절이다.


인스타그램을 열심히 했었다. 해시태그만 달면 관심있는 사람들과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었다. 

다만 가까운 사람들과는 좀 꺼려졌다. 그들이 바라보는 '나' 와 진짜 '나' 는 좀 다르니, 굳이 내가 뭘 관심있는지, 굳이 내가 뭘 올리는지 서로 알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몇몇은 알게되고- 그 결과 내가 우려하던 일이 발생했다. 심지어 나의 팔로워에 대한 품평까지 이루어졌다. 

'지인' 이란 사람들은 가끔 이런식으로 좀 폭력적이다. 나의 모든 일에 '너 걱정해서 그래' 라는 말로 내 일상을 짓밟는다.


사실 오늘 저녁 약속이 있었다. 뭘 입어야 좋을까 어젯밤부터 고민했었다. 너무 꾸민건 싫었다. 그렇다고 너무 내추럴한건 싫었다. 적당히 센스있으면서도 귀엽지만 너무 꾸미지 않은 것 같은 스타일이어야 했다.

무릎까지 오는 스커트를 골랐다가 결국 짧은 미니스커트를 용기내어 입고 나왔는데, 약속이 취소됐다. 아 나는 이렇게 끝까지 가보고야 '이 길은 아니구나' 하고 깨닫는구나. 미련한 사람아.


잠을 잘 못잔지 꽤 되었다. 뭐 그래도 다섯시간 이상은 잤었는데 최근 수면량이 대폭 줄었다. 중국에서 발 마사지 받는데 마사지사가 '잠을 잘 못자느냐' 물었다. 그런 혈자리가 단단히 뭉쳐있다고. 여러가지 일들에 스트레스가 쌓여서 그런거겠지만, 오늘은, 아니 지금은 그냥 자고 싶다. 하루종일. 내일도 모레도. 어차피 누워있는김에 잠이나 실컷 자야겠다. 아주 실컷. 


아 그런데 정말 자고 싶다. 잠이나 실컷 자고싶다. 일어나면 내일 오후 세시쯤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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