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120913. 이제와서 보니_

comodisimo 2012. 9. 13. 23:01

1.

조용할 땐 시계 초침 움직이는 소리가 들리는 것 처럼

자려고 누우면 심장에서 피가 나오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이게 '두근두근' 이라기보다 '울컥- ' 뭔가 짜내는 소리같다.


예전부터 계속 꾸준히 그런 소리들을 내면서 움직였을텐데

난 요즈음에 와서야 그 소리들이 느껴지는 것 같다.



2.

난 니가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던 아무 상관없어.

니 안에 뭘 달고 오던 것도 애초에 중요하지 않았어.

사실 그건 나한테 중요한게 아니야.

널 대체할  - 더 좋을지도 모를 - 수많은 것들이 있었지만

난 언제라도 널 이렇게 기다리고 있잖아?

너무 늦게까지 기다리게 하지 말고

어서 나에게 와, 난 니가 필요해.


근데, 일본이나 홍콩, 싱가폴로 내가 가야해?

왜 바로 오지 못하고 한참있다 오려고 그러니 너.



앙칼진것. 밀당의 고수.



3.

어렸을 때 분명히 읽었던 것 같은데

난 어린왕자의 책 내용이 잘 기억나지 않는다.


고등학교 때 읽어봤던 상실의 시대는

스물하나에 다시 읽어봤을때랑은 다른 느낌이었다.


다시 어린왕자를 읽어보고 싶다.



4.

스물둘,셋즈음 적어놓았던 '배우자 이상형 list'는

당시 서른개도 훌쩍 넘을만큼 많은 조건들이 필요했었지만

오늘 새로 적은 그 리스트는 열개정도밖에 되질 않는다.


그 목록을 하나하나 적으면서 

'난 이런 사람일 수 있을까' 를 생각하니 더 적을 수 없었고,

조금은 더 영악해진 덕분에

많은 목록을 함축할 수 있는 단어를 선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브라보.


시월엔 아는 언니가 둘이나 시집을 가는데

나도 이젠 연애는 귀찮고-

꼭 나같은 사람을 원하는 사람 만나고 싶어졌다.



5.

마음에 있는걸 다 꺼내놓을수가 없다. 

뭐 굳이 꺼내야 할 이유가 있는건 아니지만-

가끔은 이렇게 많이 마음에 담아두고 

겉으로 보이지 않는 나는

가식적인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난 이 공간이 나에게 그런 공간이 되어주길 바랬는데

결과적으론 이 공간도 그런 공간이 되어주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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