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130928. 별 수 있나.

comodisimo 2013. 9. 28. 16:05
중국 남쪽으로 출장 가는 김에 

홍콩에 하루 - 반나절쯤 - 있다 올 예정인데

지난번에 어영부영 홍콩 다녀온게 관광지를 다 다녀보는 바람에

이번에 딱히 가서 뭐 볼것도 가보고 싶은곳도 딱히 없다.


다시 가보고 싶은곳이야 천천히 둘러본다면 많지만

별로 같이 여행하고 싶은 사람들도 아니고-

일 때문에 가는거니까 별로 흥도 안나고.


그래서 이번엔 침사추이에 방 잡고 맛있는 집들을 탐방하고

야경을 좀 보고 밤에 좀 한가할 때 걸어다녀야지.

쇼핑은 물건너 갔으니-


시간이 짧아 아쉽지만, 뭐 별 수 있나.


뭘 먹어야 맛있게 먹었다고 소문이 날까나 모르겠네.

 - 그래봐야 두끼정도 먹으려나.



-

늘 라떼에 샷을 추가해서 마시다가

그러느니 카푸치노를 마시라는 친구의 말에-

오늘은 난생 처음 카푸치노를 시켰는데

나처럼 미각이 둔한 사람은 이게 뭔 차이인지 잘 모르겠다.

좀 더 진한 느낌은 드네.


그 친구가 그랬었다.

하늘에 별이 다 별이 아니고 사실은 인공위성이라고.


그 친구가 없어도 삶은 이렇게 침착하게 흘러가는데

가끔 밤에 퇴근하다 하늘을 바라볼 땐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다.


앞으로 몇십년은 밤하늘을 보고 살아야 할테고-

또 어느날은 내 딸이나 손녀에게

"저게 사실은 별이 아니라 인공위성이야" 라고 말해줄 때도 생기겠지.

그때마다 널 떠올려야겠다.



-

악몽을 꾸는 날들이 늘어나면서

이젠 그정도는 악몽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 지경이 되었다.


니가 늘 그립다.

기대한게 많았던만큼 실망이 너무 컸던게 사실이었고,

늙어 죽을때까지 너랑 행복하고 싶었던게 사실이었지만

나만 행복하길 바랬던건 아니었다.


삶은 지겹도록 건조하게 흘러가고 있고

나는 또 다시 엄청 건조한 여자가 되었지만-

스물아홉의 여름, 그 뜨겁던 시간에

널 만나 설레였고 행복했던 잠깐의 시간들을 보낸걸로 만족하고

너와 다시 편안히 앉아 이야기 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래야겠다.


왜 내 사랑은 늘 쉽지 않나, 하고 생각했었는데

뭐 나만 그러겠어, 다들 그러겠지.

너도 그러는데.



-

비오는 카페에 사람도 없고 

계속계속 Eric Benet의 음악만 흘러나온다.


'에릭 베넷 목소리가 꼭 스티비원더 같지 않아?'

'아니'

'아니, 콧소리가.'

'오, 그런거 같네'


그렇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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