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131119. 삐딱하게-

comodisimo 2013. 11. 19. 22:28

1.

가끔 안부를 묻는 친구가 잘 지내냐고 아픈덴 없냐고

그동안 별 일은 없었느냐 물어왔다.

나는 잘 지냈고 아픈덴 없지만 별 일은 있었다고 그랬고

그렇게 되었다고, 그럴 수 있지 뭐- 라고 대답했다.

여태껏 괜찮았는데 니가 물어봐줘서 아프다고도 했다.

친구는 괜히 물어봐 미안하다며 늘 언제나처럼

얼굴이나 한번 보자고 습관처럼 이야기 했다.


얼굴을 볼만한 사이는 아니다. 사실 우리는-

전 남자친구의 절친.

내 소소한 연애사를 모두 알고 있는.



2.

그런 말을 했던 적이 있었다.

이게 마지막이기를 늘 바라는거라고-

그러다 그게 아닌 마음은 또 얼마나 아프겠냐며.

그게 내 얘기가 될 줄 몰랐지.


아무튼 내가 했던 그 말에 위로를 받는다.

마지막이기를 바라던 사랑이 아니었을 때-

등 돌리고 가는 뒷 모습에 바람이 얼마나 시린지.

또 등 돌린 그 사람은 편하겠느냐고.


이왕 편하지 않다면 나보다 더 편하지 않아줬음 좋겠다.

난 심보가 고약하니까.



3.

날씨가 추워지고 속이 시려워서 오늘은-

뜨겁게 허브티를 타고 포도주를 조금 넣어 마셨다.

집에서 직접 담근 포도주라 달큰하고 맛있다.


한잔 쭉 마시고 나니 속도 뜨끈하다.


술은 잘 못 마시지만 방에 달큰한 술을 좀 사다둘까 싶다.

이런 날 밤 한잔씩 마시고 자면 좋을 것 같다.



4.

부모님껜 참 죄송한 말씀이지만-

사는게 참 힘들다.

어떤것도 재미가 없고 의욕이 안생긴다.

분명 숨도 쉬고 움직이고 돈도 쓰는데

내가 살아있는지 늘 의심스럽다.


시간이 흐르고 흘렀다는게 믿겨지지가 않는다.

나 살아있는거 맞는데.



5.

스트레스 받을 때 마다 단 음식들을 챙겨 먹었더니

그것 때문에 살도 찌고 건강에도 안좋다 해서-

요샌 아무리 스트레스 받아도 초콜렛은 안먹으려고 하다보니

그게 어쩐지 더 스트레스가 되는 것 같기도 하고 그래.


커피도 안마셔야지, 안마셔야지. 하고 생각하다가

나중엔 벤티사이즈로 마셔버리고 싶은 욕구가 들기도 하고.


나 뭔가 삐딱하게 되어버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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