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140830. 삶_

comodisimo 2014. 8. 31. 00:04

1.

깁스 풀고 한달만에 병원에 갔는데 뼈는 아직 붙지 않았다. 요새 계속 많이 불편하지 않아 교정기를 안했더니 많이 혼났다. 다시 그 터미네이터 같은걸 끼고 다닐 예정이며 하루에 삼백번씩 허벅지 운동을 해야 한다. 고장난 몸이 돌아오려면 먼 길을 돌아서 와야 하나보다. 아 이런 젠장.


2.

엄마랑 아빠랑 할머니 모시고 선산에 다녀오신다고 아침에 나가시더니 고속도로에서 할머니가 갑자기 정신을 잃으시는 바람에 한바탕 난리가 났었다. 119는 태어나 처음 전화하셨다는 어머니는 군포119 대원분들이 너무 잘 해주셔서 감사했다는 이야기를 여러번하셨다. 사람이 다급한 상황에 몰리면 예민해지고 실수하기 마련인데, 여러모로 정말 감사드린다는 말씀을 이렇게라도 전합니다. 그리고 119에 요청할때는 꼭 침착한 사람이 전화를 해야한다는 말씀을 해주셨다고. 그래야 필요한 응급처치물품이며 응급상황에 잘 준비하여 출동할 수 있으시다고 하니 혹시라도 이 글을 보시는 분들은 유념하시길.  다행히 할머니는 회복하셨고 병원에서도 별 일 없다셔서 집에 돌아오셨는데 사람이 산다는것이 참 새삼스러운 요즘이다. 그 정신없던 와중 우리 엄마가 다급하게 소리치며 부른건 '하나님' 이었다고 했다. 


3.


안녕, 헤이즐 (2014)

The Fault in Our Stars 
8.8
감독
조쉬 분
출연
쉐일린 우들리, 앤설 에거트, 냇 울프, 윌렘 데포, 로라 던
정보
드라마 | 미국 | 125 분 | 2014-08-13
글쓴이 평점  


안녕, 헤이즐- 을 봤다. 딱히 어떤 감정이 일지 않는 영화였다. 평점이 하도 좋기에 좀 특별할 줄 알았는데 기대가 너무 컸나. 영화가 끝나고 기억나는건 앤설 에거트의 웃을듯말듯한 미소뿐이었다. 



준비된 슬픔엔 눈물이 영 흐르질 않는다.



4.

아직도 나에겐 먼 미래의 이야기가 될지도 모르고, 혹은 찾아오지 않을일일지도 모를일이지만, 만약 결혼을 하게되고 신혼여행을 가게 된다면 중남미로 가보는건 어떤가, 하는 생각을 한다. 페루도, 볼리비아도, 쿠바도 너무 매력적인 나라일 것 같다. 만약 그렇게 같이 떠날 사람이 영영 생기지 않는다면 마흔즈음엔 혼자라도 가봐야겠다. 그렇게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5.

요새 하루에 물 2리터씩 마시고 있다. 벌써 오늘이 3일째고 여태까진 성공! 물 마시는거 별로 좋아하진 않지만 여러모로 좋다고 하니 그래도 꾸준히 노력해볼일이다. 일단 목표는 4주인데 그쯤되면 습관이 되어주지 않을까.


6.

저녁식사를 하면서 엄마가 '이렇게 밥을 먹는것도 참 감사할일이다' 라고 하셨다. 살아있지 않거나, 건강하지 않거나, 혹은 먹을게 없다거나 하지 않고 이렇게 모두 건강하게 자신의 몫을 지키고 있으니 그것또한 너무 감사하다셨다. 감사를 잃어버렸다기보단 자꾸 잊게되는 것 같다. 한순간도 감사하지 않은 순간이 없으나 그게 굳이 감사해야 할 일인가, 하고 자꾸 대수롭지 않게 여겨지는 것. 삶에 너무 많은것들을 당연한듯, 단지 사랑한다는 이유로 제공받는것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르겠다. 말도 안되는 사랑을 받으면서도 그게 사랑인지도 모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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