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150321.

comodisimo 2015. 3. 21. 21:43

오늘은 위플래쉬가 보고싶었다. 아침일찍 나가려다가 놓치고 나니 의욕이 안생겨 포기. 주말이 이렇게 가는구나. 다음주에도 상영한다면 꼭 보려고 했는데 나 여행가지 참. 그렇다면 가서 보지 뭐.


어제가 할아버지 기일이었다. 벌써 5년째였고. 제사를 드리거나 하진 않지만 오랜만에 가족들이 모두 모여서 저녁 먹고 할아버지 이야기 하면서 좋은 시간을 보냈다. 내가 그렇게 싫어하던 할아버지였지만 사실은 싫어했다기보단 오빠만큼 할아버지한테 사랑이 받고 싶었던 것 같다. 

요샌 넌 누구 닮아 그렇냐고 물으면 '할아버지' 라고 대답해버린다. 그러면 '흐음-' 하는 분위기가 되는데 이거 좋은건지 나쁜건지 알 수는 없지만 나름 나만의 유용한 삶의 팁. 살아계셨더라면 정말 좋았을텐데.


시력이 많이 떨어져서 안경을 안쓰면 뭔가 보는게 조금 답답해졌다. 근데 안경이 잘 안어울려서 어지간하면 잘 안쓰고 다니는 편이라 집에 하나, 회사에 하나 두고 쓰려고 오늘 또 하나 해뒀다. 한달 전 쯤 한것보다 난시가 한단계씩 더 나빠졌다고 하던데 눈이 이렇게 갑자기 나빠지기도 하는건가 싶네? 아무튼 이젠 안경없이 불편한 지경이 되었다.


엄마가 이모님댁에 가셨다가 등산하시던 중 산삼인줄 아시고 (그러니깐 엄마는 약초 볼 줄 모르심) 사약(死药) 의 재료로 쓰인다는 어떤 독풀 뿌리를 아주 조금 아빠랑 이모랑 이모부랑 사이좋게 나눠드시다가 네분 다 큰일이 날 뻔 하셨다. 다행히 다들 괜찮아지셨지만. 

오늘 엄마랑 설빙에서 빙수 먹다가 '내가 어제 죽었으면 이 맛있는걸 먹어보지도 못했을거 아니야?' 라고 웃으면서 말씀하셨다. 후에 그런 생각을 하셨단다. 만약 지금 죽으면 어떻게 되는건가. 다른건 걱정할게 하나도 없는데 엄마아빠없이 결혼을 해야 할 내가 걱정되서 눈물이 쏟아지셨다고. 그래서 빨리 시집 보내야겠다고. 

순간 엄청 짠하고 엄마말에 수긍이 가기도 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이젠 이런방법으로 날 쪼시는건가(?)... 엄마 미안..


지난 일기를 몇개 읽어봤는데 읽다보니 어떤 날 나는 누군가 때문에 슬프고 속상해서 울었던 일이 생각났다. 그런데 그게 왜 때문이었는지는 생각나질 않았다.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누구때문이라고도 쓰지 않길 잘했다. 그런데 그 때 내가 얼마나 슬펐는지, 얼마나 속상했었는지 그리고 얼마나 울었는지는 기억에 남아있다. 모르고 지나가도, 아니면 다 잊었다고 지나가도, 괜찮다고 지나가도 마음에 흉터가 이렇게 오래도록 남아있는구나. 이렇게 오래도록.


사실 요새 화가 나는 일도 많이 있고 답답한 일도 많이 있고 때로는 억울하기도 하고 때로는 이러는 내가 무능해보이기도 하다. 어젠 퇴근하다 마음이 너무 힘들어 누군가에게 위로가 될만한 따뜻한 이야기를 듣고 싶었는데 이 사람은 이래서 안되고 저 사람은 저래서 안되고. 결국 엄마한테 전화를 걸었다. 엄마는 '된장찌개 해 놓을테니 천천히 와.' 라고 하셨다. 멀리 나와 있다가 오랜만에 집에 가게 되면 늘 된장찌개가 먹고싶어진다. 그냥 안심이 되는 느낌. 위로가 되었다. 당연히.


더 독해져야 할 것 같은데 그게 왜 그래야 하는가, 를 두고 생각해보면 늘 답이 없다. 무엇을 위해 내가 그렇게 해야하는건가. 꼭 그래야 하는건가. 그렇게 되면 괜찮은건가.


그나저나 요샌 일기가 다 좀 어둑어둑한데 이를 어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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