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151109. 매일 조금씩

comodisimo 2015. 11. 9. 22:59

아침에 일어나 샘 스미스를 종일 들었다. 또 들어도 좋고 다시 들어도 좋고 새로 들어도 좋고.

오늘은 어제 생각했던 1번 스타일의 옷을 입었다. 힐은 아니었지만. 근데 난 이상하게 옷 입을 때 남자들 옷 입은걸 많이 참고하는 편이다. 오빠가 있어서 그럴수도 있지만. 그래서 자꾸 니트를 사는걸까요 제가?

키도 그렇게 큰 편은 아닌데 자꾸 롱코트를 입는다. 그게 펄럭일 때, 무릎까지 감쌀 때, 기분이 좋다. 내가 그 안에 숨어있는 기분도 좋고.

아까 퇴근하는데 지하철에 사람이 엄청 붐비던 와중에 갑자기 옆에 서 있는 남자의 팔뚝을 손잡이처럼 잡을뻔했다. 아니 솔직히 잡고 싶었는지도 모르겠고. 다행히 아직 이성의 끈을 놓지 않고 살고 있어서.

인생이 시궁창 같을 땐 욥기를 읽는다. 왜 그러고 싶은진 모르겠지만 결국- 하나님이 나타나셔서 혼내실 때, 조목조목 하나님만이 하실 수 있는 일들을 설명하실 때 카타르시스가 느껴진다. '그래, 내가 이렇게 아무것도 모르고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고작 사람인데 뭐.' 라는 안도일까. 아님 그런 시간들을 지내는 것 같은 나에게도 나중에 꾸중하셔도 좋으니 나타나실걸 기대하는 마음일까.
뭐가 되건 욥기를 다시 읽고싶다. 누군가에게 엘리후가 되어주고 싶고 또 누군가 나에게 엘리후가 되어주었으면 좋겠다.

매일 조금씩 뭐라도 써보기로 했다. 다 쓸데없는 잡담이지만- 정신차리면 밤이고 정신차리면 아침인- 매일매일이 허무해지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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