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 또 거실에 길게 누워 티비를 틀고 휴대폰으로 이것저것 읽어보기 시작했다. 조용하면 이상하냐고 불안하냐고 물으셨다. 넌 항상 무언가 듣고 있어야 하는 사람 같아 보인다고.
혼자있을 땐 그랬지. 소리나 빛이 없으면 불안해서 집에오면 모든 불을 다 켜고 알아듣지 못하는 티비를 켜고 노트북으로 영화보고 잘 땐 노래 틀고. 그게 불안한건가.
불안하다는건 뿌리내리지 않았다는 것. 못했다는 것. 내것이 아니라는걸 확인하는 것.
내 것이 아닌 것 같을 땐 말도 함부로 할 수 없다. 생각하고 말해야 한다. 서로에게 화를 낼 수 있다는건 다른 의미로 (내 생각엔) 어떤 모양이 되던 서로에게 뿌리내린 결과이다. 떠나지 않을걸 확신하는 것. 아니면 영영 멀어지고 싶다거나.
마지막엔 화도 낼 수 없었어. 내가 그런 말을 해도 귀에 들리지 않을 것 같았거든.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을 것 같았거든. 내가 뿌리내리지 못했다는걸 나도 알았던거야. 그걸 눈치챌까봐 무서웠어.
이상하게 자꾸 집착하게 된다. 난 혼자서도 잘 지내는 편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요하다. 내가 깊이 뿌리 내리고 내게 깊이 뿌리내릴것이. 그게 친구든 사람이든 사랑이든 일이든 공간이든. 그게 아니라면 여긴 너무 의미가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