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160508.

comodisimo 2016. 5. 8. 23:09

고등학생 때 친구와 나눠쓰던 일기장을 오늘 바꿔읽었다. 글 속의 나는 나도 잘 모르겠는 어떤 사람이었다. 그때의 내 기분이나 생각을 읽을 수 없어 몇 장 뒤적거리다 낯간지러워 그냥 덮어버렸다.
친구는 본인이 쓴 글을 읽으며 당시에도 힘들어하던 고민이 지금까지도 연결되어 있다며 신기(?)해했다.
어떤 고민은 며칠이 지나가면 그게 어떤 일이었는지, 얼마나 나를 괴롭혔던 일인지 모를만큼 해결이 되는 일들도 있지만 또 어떤 문제들은 삶이 송두리채 바뀌지 않는다면 해결되지 않을 그런 문제도 분명 있다.
문제의 주체가 상황일 경우 상황이 바뀌면 되니 어찌보면 간단하지만 문제가 나에게 있으면 그건 좀 많은 시간이 필요한 일인지도 모른다.

4개월을 끙끙거리며 고집부려온 프로젝트가 막바지에 다달았다. 잘한건지 아닌건지 잘 모르겠다. 뭔가를 해냈다는 느낌이 들 줄 알았는데 후회가 남는걸 보면 뭔가가 석연치 않았던 것 같다. 앞으로의 일들을 고민하게 하는 일이었고 긍정적인 방향보단 부정적으로 흘러가게 될 것 같아 마음이 쓰리다.

공부의 어려움을 느껴본 사람이 그 대단함도 알고 피아노를 힘들게 배워본 사람이 음악의 아름다움도 더 세밀하게 알 수 있다고 믿는다. 배운만큼 보이는 것이고 눈에 보이기 위해 얼만큼의 노력을 기울였는지는 배워본 사람만 알 수 있다.
그러나 사람들은 잘 모른다. 그러면서도 지적하고 손가락질은 왜들 그렇게 쉬운건지 모르겠다.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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