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160523.

comodisimo 2016. 5. 23. 15:15

날이 더워지면 이상하게 캐롤이 듣고 싶다. 캐롤을 듣는 시즌의 차가움이 그리운건지 잘 모르겠다. 여름이 온게 분명하다.


드디어 복싱 등록을 했고 두어번 나갔다. 잽이랑 훅을 배웠다. 자세가 좋다고 했다. 다음주 정도엔 스파링도 연습할 수 있게 해주겠다고 했다. 운동을 한참이나 안했다가 해서 그런지 조금만 뛰어도 온 몸이 불덩이처럼 빨개진다. 그래도 그냥 피트니스보다 훨씬 재밌다. 기본 스트레칭이랑 줄넘기가 끝나면 삼삼오오 불러다가 복싱 수업도 진행하고 근력운동도 진행하는데 한두시간이 금방 가버린다. 

복싱도 재밌지만 복싱 끝나면 가벼워진 몸으로 무술을 배우고 싶다. 역 근처에 주짓수 학원이 생겼는데 간판에 '여자가 남자를 이길 수 있는 유일한 무술' 이라고 써 붙였다. 스스로 지킬 수 있다는건 좋은거지만 누군가로부터 보호해야만 살 수 있다는게 어쩐지 씁쓸하다.


잘 하겠다고 기를 쓰고 애썼지만 돌이켜보면 잘 하겠다고 고집 쓴 것이 내 발목을 잡았다.

인생을 또 그렇게 배운다. 흘러가는 강물에 지나지 않는다고 그렇게 수 없이 들어 알았었지만, 막상 내 일이 되면 그것이 그렇게 흘러가도록 내버려두지 않고 꽉 쥐려고 했던 것 같다. 내가 없으면 어떻게 되는 일은 없다는 것도 또 배운다. 내가 없으면 그냥 내가 없는 것일 뿐이지 어떤 일도 생기지 않는다. 살아가는게 이렇게 쉽게 치환되는- 별거 아닌 일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모든게 다 별 일 아니라며 내버려 뒀다가는 더 큰 산이 되어 나를 가로막는 때도 생긴다. 그러니 그냥 내버려 둘 것이 아니라, 같이- 흐르는 강물에 지나지 않을 뿐이라도- 흘러가도록 해야겠다.


'또 오해영' 을 보고있다. 오해영의 거침없는 말솜씨가 마음에 든다. 상사라고 굽신거리지 않고, 속상하고 화나는 일을 불편해질까봐 그냥 넘어가는 일도 없다. 남자의 창문에 돌을 던질 줄 아는 여자라 마음에 든다. 체면치레한다고 웃어넘기지 않는다. 그렇지만 애기처럼 스스럼 없이 활짝 웃으며 누군가의 품에 뛰어들기도 하니 참 사랑스럽다. 그러고보니 오해영이랑 나 동갑이네?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160612. 난 아직도 이 모양.   (0) 2016.06.12
너무 아쉬워 마  (0) 2016.05.24
160517.   (0) 2016.05.17
160508.  (0) 2016.05.08
160503.  (0) 2016.05.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