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120112. 판도라의 상자

comodisimo 2012. 1. 12. 01:13


1.
수첩이긴한데, 언제 누구랑 같이 가서 산 수첩이라 버리기 싫고
이건 그냥 좀 오래된 니트, 이기도 하고 잘 안어울려서 버릴까 싶다가
언젠가 누군가에게 선물받았던 니트라서 버릴수가 없고,
나에게 있는 물건들이 모두 그런것들 뿐일까.

가끔은 물건 때문에 누군가가 기억나기도 하고,
그 사람과 이 물건으로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가 기억나기도 하고,
그래서 한참 물끄러미 보고 있게 되기도 하고.

짐- 정리하고 싶은데 쉽지 않네,


2.
아침에 느즈막히 일어나 아침겸 점심 먹고
학교 근처 카페에 가서 마지막으로 한번만 보고 버릴 책을 읽고
단호박을 쪄서 저녁으로 챙겨 먹고
'뭐 이렇게 재미 없는 영화가 다 있지!' 하는 영화도 하나 보고.
걱정해준답시고 걸려온 전화도 한통 받았..는데
스물여덟이라고 놀렸어. 스물한살 꼬맹이가!
그리고 친구네 아부지 소식에 깜짝 놀라서 엄마한테도 전화드리고
오빠는 내일 출장 온다고 해서 전화도 했고, - 나 있는데도 아닌데..
같이 밤마다 수다 떨면서 줄넘기 하는 동생은
오늘은 일이 있어서 늦어지네? 그래도 하고 싶은데_


3.
기억하고 싶은 일들을 수첩에 그때그때 적어두는데
이게 참 그런게_
나중에 이 수첩들을 버릴 수가 없다는게 문제네.
중국와서 벌써 네권짼데 이거 어쩌지.

기억하고 싶었던 일들을 다 지워버리고 싶기도 하고
그때는 의미 있었던 일들이 지금은 아무런 의미가 없기도 하고


4.
인스턴트, 라는게 맛이 뭐 그러니까 별게 없고
그냥 달거나 짜거나_ 하는게 전부라서 새로울게 없다.
중국 음식도 한국 음식의 그런 맛이 안나고_
이제 잘 적응해서 어느정도 한국음식이 그립거나 하지는 않는데
오늘은 매콤- 한 한국 음식이 그렇게 먹고 싶으네.
것도 낙지나 쭈꾸미볶음같은거. 맑은 콩나물국 같이.
다 먹고 밥까지 깻잎이랑 참기름, 김이랑 넣고 쓱쓱-


5.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면, 
그렇기 때문에 배려하고 이해하려고 했던
생각과 행동들이 때로는 어떻게 대해도 이해할 수 있는,
쉬운 사람 취급을 받게도 한다.
이게 결국엔 나한테 상처로 남아버렸나보다.
그렇게 하면 더 사랑받을 줄 알았는데 아니었고, 더 외로웠다.
그렇다고 미워지지도, 싫어지지도, 잊혀지지도 않는게 더 괴롭다.

닫아도 닫아도 새어나와서 가끔 당황시키던 그 상자가
오늘은 열렸나보다. 어쩌라고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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