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131220. 비누

comodisimo 2013. 12. 21. 01:16

1.

비누를 써서 세수를 하거나 손을 씻는게 좋다.

돌돌돌, 손에 넣고 비누를 굴려 거품을 내고-

그 거품에 좋은 향기가 나는 것도 참 좋다.

폼클렌징보다 가벼운 거품으로 얼굴을 문지르는 것도 좋다.


2.

유학을 결정하고 이것저것 사러 면세점엘 친구랑 들렀다가-

비누를 고르는 나한테 친구는 미쳤냐고 했다.

비누로 세수하는 사람이 어디있냐고.

결국 폼클렌징 사서 쓰다가 버리고 

비누를 사다가 세수를 했었더랬다.


밤에 세수를 하려고 비누를 돌돌 굴리면

뭔가 끝났다는 안도감이 들기도 하고 

수고했다는 느낌도 들고 위로가 되기도 했다.

폼클렌징은 어쩐지 그런 느낌이 없다.


3.

한참 까칠할 땐 내 비누를 누가 건드는게 그렇게 싫었다.

그래서 누가 건들기만 하면 - 그게 가족이더라도

그냥 바로 새 비누를 꺼내서 쓸 정도로.


내가 이토록 예민하고 까칠했던 사람이었다는걸

나는 가끔 다른 사람들과 같은 비누를 쓰면서 느낀다.


그리고 그 돌돌- 돌리는 느낌에 안도감을 느끼고.


4.

그래서 1년 반 혼자 살면서 썼던 비누의 갯수는 열개가 넘었더라는.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131223. Quizas, quizas, quizas..  (0) 2013.12.22
131221. 아침일기_  (0) 2013.12.21
131212. 찬바람에 길은 얼어붙고-  (0) 2013.12.13
131211. 왜 슬픈 예감은_  (0) 2013.12.11
131208. 사진일기_  (0) 2013.1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