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170227_

comodisimo 2017. 2. 27. 11:59

보려고 해본적도 없었던- 해리포터 시리즈를 다 봤다. 순전한 '에디 레드메인' 의 팬심이었다. 이제 신비한 동물사전 2가 개봉한다 하더라도 당당히 가서 봐야지.

사실 내 기억 속 해리포터의 가장 큰 이미지는 '보이후드' 의 한 장면이다. 그 아이들이 해리포터 시리즈 개봉에 맞춰 옷을 입고 극장에 찾아가는. 그 장면이 기억 날 뿐, 내 일상에 해리포터는 없었다.


주말은 내내 별 일 없었다. 오전에 운동했고, 병원에 정기검진 받으러 갔다가 살이 많이 빠졌다며, 어디 아픈건 아니냐는 의사 선생님의 말에 피 검사 해놓고 나왔다. 살이 쪄도 걱정, 빠져도 걱정인 나이가 되었나보다.

하늘하늘거리는 블라우스도 하나 샀다. 사실 이런걸 꽤 오래전부터 사고 싶었었다. 볕 좋은 날 예쁘게 입고싶다. 그리고 먼 길을 운동삼아 걸어 봄 맞이 핑크색 침대 토퍼도 하나 샀다. 지난번에 샀던 토퍼가 꽤 맘에 들었다. 폭신폭신하면서도 따뜻하고. 같은 브랜드의 인디언핑크로 샀는데, 집에와서 깔았던 시트며 이불커버를 다 벗겨내고 붉은 꽃이 들어있는 (엄마 취향) 커버로 바꾸었다. 방이 한결 화사해졌다.

아, 도서관에서 책도 여러권 빌렸다. 난 이래서 도서관엘 가면 안돼. 또 쓸데없이 여러권 빌려버렸다. 아직 읽을 책들도 많은데. 아무튼 빨리 반납해야 할 것 부터 서서히 읽어나가겠다.


요새 인스타그램을 자주 들여다보게 되는데, 확실히 SNS는 인생의 독이 분명하다.

인스타그램을 보면 많은 사람들이 낮시간에 다들 카페에 가서 라떼와 케익을 먹고 맛집을 찾아다니며, 또 많은 사람들은 여행중이며, 또 많은 사람들은 얼굴도, 몸매도 어쩜 그렇게 예쁜지.

낮시간엔 그저 회사에 앉아 하루종일 눈 앞에 펼쳐진 모니터만 바라보는- 평범한 인생의 나는 (게다가 다이어트 중이라 맛있는것도 못먹고..) 라떼도, 케익도, 맛집도 없을 뿐더러 예쁜 얼굴도 몸매도 없다.

다들 어쩜 그리 예쁜 삶을 살까. 아니지, 예쁘지만은 않겠지만, 예뻐보이는 삶을 살까.


시기마다 나의 마음의 경종을 울리는 문구들이 있다. 더러는 성경의 말씀이 그러했다.

요즘은 '사람은 죽는다' 는 문구가 그렇다. 사람은 언젠가 죽는다, 만큼 확실한 진리는 없다고 누군가 그렇게 이야기 했다. 우리는 잘 죽기 위해 잘 살아가고 있는것이다. 살아간다는건 죽음으로 걸어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하나의 생명이 태어났다는건 하나의 생명이 죽음으로 가기 시작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내가 얼마나 초연하게 죽음을 받아들일 수 있는지 모르겠지만, 너무 삶에 급급하게 살지 말라는 다른 의미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어제 엄마의 말씀으론 '때가 되면 자연히 그럴것이다' 고 하셨는데, 꼭 그렇게 되어지길 바래본다.


사실 어젠 내내 속으로 끌어안고 있던 나의 한 부분을 엄마 앞에 꺼내보였다. 엄마는 가끔 나를 '이해하지 못하겠다' 고 하셨었다. 왜 이해할 수 없는지, 왜 나는 용서 할 수 없는지, 분노로 가득했던 내 감정은 결국 나를 펑펑 울게 만들었다.

나에게 그런 일들이 있었고, 나는 그래서 좀 아팠다고. 누군가 도와줄 사람을 기다렸지만, 다들 모르는건지, 모른척 하는건지-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다고. 그래서 사람을 믿기 싫었고, 조금 이렇게 삐딱해졌다고. 보이는게 전부가 아니었다고.

가끔 엄마는 왜 아직도 그 상처 속에 사느냐고 오히려 화를 내실때도 있다. 훌훌 털어버리지, 왜 그렇게 묻어놓느냐며. 엄마. 몇 해 전 못에 긁힌 손 등에 상처가 아직도 그대로야. 마음에 난 상처가 어떻게 아물겠어. 이 악 물고 '버려야지' 하고 마음 먹으면 또 할퀴고 또 할퀴어놓는데 내가 뭘 어쩌겠어.


그래도 우리는 죽음으로 가고 있다. 나는 언젠가는 이 일을 해결해야 할 것이다. 언제 죽을지 모를 일이기 때문에 늘 후회없이- 가볍게 살아야 한다고 마음먹는다. 그래서 언젠가 이 일을 다 털어낼 기회가 생기거든 가차없이 쓰레기통에 처박을것이다. 내 웃음도, 내 발랄함 모두 앗아가버리고 늘 나를 무겁게 짓눌렀던 것들. 난 그래서 그런건데 넌 왜 자꾸 그러느냐 물어왔던 그것들. 언젠가. 정말 언젠가 다 털어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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