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630

120514. 두려움 없이_

1. 요샌 청포도가 참 맛있다. 알알이 떼어내서 깨끗하게 씻고 냉동실에 넣어두고 샤워하고 나와서 먹으면 살얼음 낀 것 처럼 달달하니 시원하고 맛있다. 한국에 있었으면 과일도 과자도 안 사먹었을텐데 여기선 잘도 사다 먹는다. 밤에 나가는건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어찌어찌하다 밤이 되어서 집에 돌아오는건 좋아했다. 한 정거장 전에 내려 과일가게에 들러 이것저것 구경하다 한봉지 집어들고- 흔들흔들, 들고 집으로 오는 길이 기분 좋다. 이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다. 2. 한국에는 고구마 3개에 만원, 이란 기사타이틀을 봤다. 스마트폰에서 피쳐폰으로 갈아타는 사람들이 많다는 기사타이틀도. 내가 와 있는 동안 너무 많은게 바뀐 것 같다. 고작 1년 조금 지났을 뿐인데. 물론 가서도 잘 적응할테지만, 그냥 너무 뻔하..

일기 2012.05.15

120512. Pass_

1. 지난달에 봤던 시험 결과가 예상보다 잘 나왔다. 턱걸이로 합격하거나 아니면 탈락이겠거니 했는데- 생각보다 훨씬 높은 점수에 놀랬음'ㅁ' 그리고 나서 수첩을 뒤적거리는데, 올 초에 내가 적어뒀던 점수만큼 받았다. 꽤 욕심내서 적었던거였는데. 1년반의 유학이 헛되지 않았다는 걸 알게되서 감사했다. 2. 오늘은 낮에 '가타카' 라는 영화를 봤다. 그런 세상도 오겠거니_ 하고 생각했다. 머리카락, 눈썹, 비듬까지 조심해야 하는. 그리고 생각해보니 그런 세상이다. 공공장소에서 실수 하면 사진 찍혀서 신상 털리는. 그 사람들이 잘했다는건 아니지만- 이젠 정말 사소한 것까지 신경써가면서 살아야 하는구나 그런 생각하니까 숨 막히고 불편하게 느껴진다. 97년에 만들어진 영화라던데_ 놀랍고 불편했다. 3. 어벤져스 ..

일기 2012.05.13

120509. goodbye_

1. 어제 학교 갔다와서는 종일 방 청소했다. 겨울옷들을 캐리어에 넣어두었고 보지 않는 책들이나 종이들은 버리고, 한국에 가져가야 할 책들은 따로 박스에 넣어두었다. 옷장이 또 텅텅 비어서 티셔츠까지 옷걸이에 걸어두었다. 요새 워낙 습해서 접어두는 것 보단 걸어두는게 좋을 것 같다. 에어컨도 필터 빼서 닦아뒀고, 침대 시트도 탈탈 털어 다시 끼웠다. 온 방을 다시 걸레질하고 정리했더니 마치 갓 방 정리 했었을 때처럼 기분이 좋아졌다. 2. 수첩 들고 다니면서 아무렇게나 끄적이는걸 좋아하는데 한 수첩을 끝까지 쓰면 별 문제가 안되는데 1년 반동안 내가 쓴 수첩만 벌써 5권째. 이걸 끝까지 다 썼느냐- 하면 것도 아니고. 암튼 이 수첩들을 쓸 때는 참 좋은데 쓰고나서가 문제다. 버리자니 흔적들이 남아서 좀 ..

일기 2012.05.09

120507. 버스에서 쓴 일기

오늘 버스안에서 쓴 일기_ 1. 오늘 종합- 문법 중간고사. 나쁘지 않음. 독해시험때는 갑자기 위통이 오는 바람에 망했. 요새 중간고사 기간. 사실 나한테 별로 중요하진 않은데- 그래도 내가 제일 큰 누나, 언니 라서 모범을 보여야 하니까_ 는 거짓말이고. 아무튼 그냥그냥 오늘보는건 잘 봤는데 지난번 독해시험은 망했네? 그때 갑자기 위가 아프는 바람에... - 핑계가 아주 그럴듯해서 위로가. 2. 드디어 반바지 구입. 이제 중국에서 뭐 사는거 없음. 작년 여름이 끝나고 찬바람 불자마자- 여름옷들을 다 집에 택배로 보냈었다. 내가 이렇게 반년을 더 있게 될 줄 몰랐지. 홍콩에서 받았어야 했는데 엄마가 못찾는 바람에 결국 몇벌 사 입기로 하다가, 쇼핑은 영 귀찮기도 하고 점점 어려워져서 미루다.. 이젠 더워..

일기 2012.05.08

연애_

실패한 연애란 없다고 그랬다. 모든 연애를 거치면서 사람은 - 사랑은 성숙하기 나름이고 무언가를 얻기 나름이다. 아무것도 얻지 못한 연애란 없다. 상처를 많이 받은 연애더라도 그 연애끝엔 '다신 이런 사람 만나지 말아야지' 하니까. 정말 아무것도 얻지 못했다고 생각한다면 사랑하지 않았거나 관심이 없었거나_ 정말 어떤 말로 위로해줘야할까. 흔적만으로도 가슴 아파하는 사람들에게 더 좋은 사람 만날꺼야, 도 그렇고 괜찮아지겠지, 도 그렇고 - 나도 그런 말로 위로 안되니까. 다만 감정이 남아있을 때- 그리워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이 남아있을 때 좀 펑펑 울어보라고 얘기해보고 싶다. 그러면 나중에 좀 덜 마음에 남을지도 모른다고- 그러지 않을지도 모르겠지만. 나도 한편으로는- 돌아가서 누군가 새롭게 만난다는게 ..

일기 2012.05.06

120502. 그러니까 넌

1. 분명 많이 안다고 생각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아무것도 모르는 것 같다. 어쩌면 내가 알던것에서 많이 벗어났을지도 모르겠고 정말 내가 아무것도 몰랐던 것일수도 있겠고 그게 무엇이 되었건간에. 정말 안다고 생각했었는데 낯설다. 2. 최근에 봤던 'The Big Year' 란 영화는- 겉으로 봤을 땐, 새 많이 찾는 영화 인데 자세히 살펴보면- 같은 일을 하면서도 사랑하는 것들을 지켜내는 2등과 그렇지 못하고 모두 떠나보내는 1등이 있다. 사랑은 오래도록 기다려 줄 것 같지만, 그렇지 못하는것도 또한 사랑이다. 사랑은 자주 가꿔주고 관심을 기울여줘야한다. 신선함이 사라진 사랑만큼 변하기 쉬운게 없다. 3. 얼만큼의 관심이 필요한걸까. 또 얼만큼의 시간이 필요한걸까. 사람을 온전히 이해하고 알 수 있으려..

일기 2012.05.04

여름

1. 햇빛에 쨍- 하게 말린 까끌까끌한 수건도 좋지만, 비가 와서 눅눅해진 날씨도 좋다. 비가 오려고 꾸물꾸물 흐린것도 좋고 아예 에라 모르겠다- 식으로 엄청 퍼붓는것도 좋다. 특히 여름비는 한번 오고 나면 시원해져서 좋다. 그렇다고 장마철을 좋아하는건 아니고. 2. 언젠가부터는 스포츠채널 보는걸 좋아하게 됐다. 룰 하나도 모르고 경기 보고 있어도- 한참 보다보면 룰을 알게 된다는게 재밌다. 특히, 약속 없는 토요일 낮에 거실에 누워서 과자 먹으면서 보던 경기들이 좋았었다. 월드컵에는 그다지 흥미 없지만, 올림픽이 멀지 않았다는건 기분 좋은 일이다. 3. 약간 춥고 건조한 날씨도 꽤 괜찮다. 너무 건조해지기 전에 손을 비비면 삭삭, 소리가 나는데 그 소리도 좋고, 그 감촉도 좋다. 그리고 그 때 바르는 ..

일기 2012.04.28

그냥 좋아하는 것들_

1. 가끔 매니큐어 바르면 기분이 좋아진다. 대신 손을 좀 험하게 쓰는편이라 반나절만 지나면 벗겨진다. 오른손으로 바르니까 왼손은 바를 수 있는데 오른손은 바르기가 어렵다. 손톱을 짧게 다듬는걸 좋아해서 바르다 가끔 살에 칠한다. 똑같은 색을 다 칠하는 것 보다 두개정도를 나눠서 바르는걸 좋아한다. 하지만 매니큐어 칠한 손보다 맨 손이 더 좋다. 2. 립스틱보다는 립글로즈가 더 좋고 립글로즈보다는 틴트랑 니베아가 더 좋다. 입술에 뭔가 진한 색이 얹혀지면 괜히 부끄럽다. 그런데도 가끔은 말도 안되는 핫핑크도 바른다. 입술이 많이 건조한 편이라 유분이 없는 립스틱 바르면 재앙 수준. 피부가 뽀- 얗게 변한다면 오렌지계열의 립스틱을 발라보고 싶다. 3. 그냥 그렇다고.

일기 2012.04.27

120425. 하루에도 열두번_

1. 금요일에 티켓을 사러 갈 예정이다. 그래도 한참을 더 있어야 들어갈테지만- 그것만으로도 참 설레이고 행복한 기분이 든다. 2. 아침부터 마음이 꼬이면 하루종일 풀리질 않는다. 아침에 꽁- 하니 뭔가 꼬였더니, 사람들을 보는 내 눈도 꼬여있고- 일을 처리하는 내 눈도 꼬여있었다. 결국, 그 눈에 상처받는건 나다. 그래서 더 정신이 건강해져야한다. 3. 요새 이곳은 내가 딱 좋아하는 날씨가 되었다. 햇빛 따뜻하고 바람 시원한 날. 덕분에 하루에도 수십번 마음이 바뀐다. 4. 음악재생프로그램 뭐 쓰십니까? 아이튠즈? 곰? 알? 또 뭐 있나. 나도 언제부터 썼는지도 알 수 없지만, 제트오디오 좋지 않습니까-아? 혹시 더 가볍고 좋은 플레이어 아시면 추천... - 없겠지, 여긴 너만 떠드는 곳이니까 5. 하..

일기 2012.04.26

110424. 뜨겁게 빛났던 날들과...

1. Soul Surfer라는 영화랑, 127시간이란 영화 두개를 봤다. 하나는 어쩔 수 없이 팔을 자르는 영화고 하나는 어쩔 수 없이 팔이 잘린 채 살아야 하는 영화다. 둘 다 실존인물의 영화였고, 둘 다 좋은 영화였지만 영화를 보고나서 내가 깨닫게 된 것은, '팔' 이 나에게 주는 의미가 몹시 크다는 것이었다. 그게 그냥 몸의 한 부분이 없어지기 때문에, 남에게 비춰지는 모습_ 때문을 벗어난 더 큰 의미. 그래서 영화 보는 내내 불편했고 한편으로는 대단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2. 시험이 끝나고는 조금 여유있게 지내고 있다. 한국에 들어갈 날짜를 잡아놔서 - 그렇다고 비행기티켓을 산건 아니지만 이것저것, 준비하고 정리하고 있다. 오늘 학비까지 다 정리하고 났더니 통장도 마음도 가볍다. 여행 한군데 더 ..

일기 2012.04.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