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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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사람이 시킨 마음 말고, 본인은 정말 어땠는지 묻고싶다. 가슴이 무너지게 아프지 않았었는지. '점' 같이 살아가는 나도 여지껏 마음이 아픈데, 정말 그것보다 '말' 이 더 중요했었는지 묻고싶다. 요새는 무너지는 나라에 태풍이 불어, 얼마나 더 망할 수 있는지 매일매일 확인하며.. 심지어 이런 기가막힌 일 까지도 점점 무뎌져가는 기분이 든다. 그러나 그러지 말아야지. 그렇게 되진 말아야지. 올바른 관심을 기울이고 정당하게 권리를 행사하는 것. 그게 '점' 같이 살아가는 내가 만드는 가장 큰 일이다.

일기 2016.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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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일년 내내 열심히 산다고 살았는데- 연말이 가까이 오면 내가 뭘 했나, 하는 생각이 드는건 어쩔 수 없나보다. 누군가의 간증 - 그 사람의 삶이 얼마나 유리하게 변했는지 - 을 듣고, 그 사람이 그렇게라도 하나님과 가까워질 수 있다면.. 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이 들었고, 또 한편으론 그렇게 피할곳과 유리한 지점을 선물(?) 하시는 분이 하나님이시라면, 내 삶은 어찌 이리도 돌려가시나, 에 대한 섭섭한 마음이 드는걸 보면 아직 난 무언가를 피해야 할 위치가 아닌가, 를 생각하게 된다. 그렇다고 무작정 다 부딪혀 산다는게 쉬운 일은 아니라는걸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아니면 혹시, 이게 나의 피할곳인가? 조카를 돌보며 가장 많이 듣는, 듣기 싫은 말은 '이제 연습 다 해봐서 결혼해서 애만 낳으면 되겠네'..

일기 2016.10.31

갑자기_

친구에게 오랜만에 전화를 걸었더니 쓰는번호 둘 다 고객님의 요청으로 사용이 중지됐다고 했다. 그 친구가 힘들어하는 일이 있어 사실- 글렌굴드 의 바흐 앨범을 같이 듣자고(?) 하려고 연락했었던 거였다. 전화를 걸고 카톡을 보내도 연락이 없자 당황했다. 다른 친구에게 소식을 알아내 결국 연락이 닿았다. 잠시 긴 여행을 떠난 것 뿐이라고 했고 두개 번호가 다 정지된 줄 몰랐다고 했다. 얘기하려다가 출국 전 병원신세를 지느랴 정신없어 그냥 가버렸다고. 연락이 안되는 동안 내가 이 친구에 대해 알고 있는것이 휴대전화 번호 밖에 없다는게 (사실 집도 다 알지만-) 후회스러웠다. 그래서 친한 친구들에게 연락을 넣어 주변에 가장 가까운 사람의 전화번호를 한개씩 남기라고 부탁했다. 그리고 온 번호들은 엄마나 결혼 할 ..

일기 2016.10.18

161017.

머리를 단발로 자르고 앞머리도 냈더니 안나 윈투어- 가 되었다. 그래도 카리스마 쩌는 언니니까 괜찮아. 음.. 노랗게 염색이라도 해야할까. 오랜만에 인사동엘 다녀왔다. 사실 인사동을 가려고 했던건 아니었지만. 그러다 문득 오래전 친구들과 자주 다니던 단골집이 생각나서 들렀다. 이상하게도 나쁜 기억은 하나도 없는 곳. 그런곳이 있다는게 행복하게 느껴져 오랜만에 막걸리를 신나게 마셨다. 이젠 동동주는 없더라고.아마도 남자친구들과는 한번도 오지 않았던 곳이라 그랬을거라는게 내 추측. 그냥 식당이지만 아무나하고 같이 가고 싶지 않은 곳. 사실 지난주중에 일 때문에 잠깐 종로에 왔다가 시간이 맞아 인사동 근처에서 밥을 먹었다. 혼자였으면 밥 대신 간단하게 뭐라도 먹고 이리저리 구경을 했을텐데 일행이 있어 아쉬웠던..

일기 2016.10.17

161013.

오랜만에 삼척엘 다녀왔다. 작년 말부터 시작된 일이 이제야 정리가 되어간다. 이제 갈 일은 아마 없겠지만 그래도 다니면서 바다를 볼 수 있는건 좋았다. 원래 바다를 자주 볼 수 있는건 아니니까. 특히 동해. 태평양. 사람이 다른 사람을 바꿀 수 있다고 믿지 않는다. 누군가 누군가를 사랑한다고, 혹은 꼭 필요하다고 해서 그 사람의 성향이나 성격을 생각을 바꿀 수 있다고 믿지 않으며, 그렇게 한다고 한들 그게 진짜일까 싶다. 스스로 깨우치지 않는한.그렇기 때문에 '내가 그 사람을 바꿔보겠다' 고 하는 말을 들으면 그 사람에 대한 믿음이 깨진다. 어찌보면 우린 누군가를 바꾼다기보다 상대를 체념할 수 있는 긴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결국 익숙해지는 것. 조카를 안고 있으면, 내가 이 아이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

일기 2016.10.13

161005.

엄마랑 식당에서 밥을 먹는데 옆 테이블에 앉은 꼬마애가 자꾸만 불규칙하게 '왁!!' 하고 딸꾹질 같은 비명을 질렀다. 세번까지는 장난을 치는줄 알았는데 계속 그러기도 하고 아이의 엄마도 주의를 주지 않길래 아이와 눈을 맞추려 쳐다봤는데 아이의 눈빛이 '나도 이렇게 하고싶지 않아..' 하는 슬픈 눈빛이었다. 아마도 아이한테 어떤 장애가 있었는지 모른다. 그리고 그 소리가 멈추지 않아 아이도 당황했던 모양. 미안했다. 그리고 순간 그 아이를 불쌍하게 생각하는 나를 반성했고, 그 아이가 사는일이 힘들것이다, 라고 단정지었던 나도 미안했다. 짧게 살았지만- 그래도 사는일이 평등하다고 느끼지 않았더래서 그랬는지도 모른다. 그래도 먼 훗날, 그 아이가 어른이 되었을 땐 그런 장애가 삶의 걸림돌이 되지 않아줬으면 좋..

일기 2016.10.05

160911.

쓸데없는 어플을 깔았더니 쓸데없는 일들을 겪는다. 그래도 그 쯤이야 뭐. 다 추억이지. 주말에 오빠가 베이비페어를 같이 가자고 그러더니 바운서가 가지고 싶다고 해서 하나 사줬다. 쌍둥인데 남자아이가 내려놓기만 하면 울어대서 너무 힘들다고. 진짜로 몇시간 봐줬는데 뭘 아는건지 모르는건지 남자아이는 내려놓기만 하면 울었고 여자아이는 내내 잠만 잘 잔다. 예쁘긴 해도 두세시간 같이 있었더니 온 몸이 쑤신다. 나중에 꼬물대면서 고모고모 하면 진짜 귀엽겠지만 두세시간 그렇게 안고 있기는 좀 어려울 듯. 커트병이 생겼다. 가능하면 기르려고 하는데 예전 사진들에 나의 커트머리들이 참 잘 어울려보인다. 그 때 내가 좋아보이는 걸지도 모르겠고. 사실 더 과감하게 잘라보고 싶은데 (투블럭 같은거) 그건 좀 참아야지 싶다...

일기 2016.09.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