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630

160613.

아니야 아니야. 어차피 말해도 아무도 몰라. 관심도 없어. 그래서 또 다시한번, 닥치기로 마음 먹었다. 그 때도 그랬던 것 같다. 나는 이런게 이래서 힘들다, 저래서 괴롭다. 그 때도 그에게 바랬던건 '그랬구나' 였는데 돌아오는건 '내가 너의 일들을 해결 할 수 없다' 는 대답이었다. 지금도 다만- '니가 수고하고 있구나' 를 바랬던건데. 아무도 모르고 혼자만 고생하면 당연한 줄 아니까 이건 아니지 않느냐며 말했던건데 결국 나는 원하는 대답을 얻어내지 못했고 어쩔 수 없이- 익숙하듯 다시 그저 당연하게 여겨지더라도 닥치기로 마음 먹었다. 그렇게 해서 내가 조금 더 나아진다면. 뭐. 나쁘기만 하겠니. 저런 단어 쓰고 싶지 않았지만 이 상황에 꼭 알맞는 ..

일기 2016.06.14

160612. 난 아직도 이 모양.

행복의 반대말은 '불안' 이 아닐까. 슬픔이나 고독안에서도 가끔 행복이나 평온을 느끼는거 보면 내가 아직 그것들을 정면으로 맞아본 적이 없는건지도 모른다. 그런데 '불안' 하면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그렇지 않습니까? 아님 말고. 일주일 내내- 끙끙거리다 결국, 해결하고 돌아오는 발걸음이 결코 가볍지 않았다. 어쩔 수 없는 상황에 어쩔 수 없이 정리한 나도 결코 쉽지 않았다는걸 잘 알았을텐데, 그래서 수고했다는 얘기가 필요했던 것 같은데, 오히려 해내지 말았으면 좋았을 것 같다는 얘기에 정신이 아득해진다. 그럼 난 여기 왜 있어야 하나요? 나만 뜨거운 불판에 올라가 있는 기분이다. 너희들은 마치 내가 뜨거워서 이리뛰고 저리뛰는, 우스운 모습이나 구경하려고 모인 식인종..

일기 2016.06.12

너무 아쉬워 마

기대했던 건 아니었지만, 모든게 다 무너진 기분이 들었다. 무너져내려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한편으론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는게 나을때도 있다. 낯선 언어 쓰는 나라에 도착하고 나면 그런 기분이 든다. 내가 쌓아왔던 일상이 무너져내리는 기분. 아무것도 아닌, 내가 아무리 말해도 이해받지 못할 것 같은 기분. 그렇지만 한편으론 그럴 때 묘한 안정감이 든다. 내 말을 들을 사람이 없다는 것. 모든게 끝이났다. 마음은 아프지만 뭐 어쩌겠어. 끝이나지 않도록 붙잡고 있었던 것도 아니었는데. 그러니 너무 아쉬워 마. 모든 것에 여전히 새로운 시작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니까.

일기 2016.05.24

160523.

날이 더워지면 이상하게 캐롤이 듣고 싶다. 캐롤을 듣는 시즌의 차가움이 그리운건지 잘 모르겠다. 여름이 온게 분명하다. 드디어 복싱 등록을 했고 두어번 나갔다. 잽이랑 훅을 배웠다. 자세가 좋다고 했다. 다음주 정도엔 스파링도 연습할 수 있게 해주겠다고 했다. 운동을 한참이나 안했다가 해서 그런지 조금만 뛰어도 온 몸이 불덩이처럼 빨개진다. 그래도 그냥 피트니스보다 훨씬 재밌다. 기본 스트레칭이랑 줄넘기가 끝나면 삼삼오오 불러다가 복싱 수업도 진행하고 근력운동도 진행하는데 한두시간이 금방 가버린다. 복싱도 재밌지만 복싱 끝나면 가벼워진 몸으로 무술을 배우고 싶다. 역 근처에 주짓수 학원이 생겼는데 간판에 '여자가 남자를 이길 수 있는 유일한 무술' 이라고 써 붙였다. 스스로 지킬 수 있다는건 좋은거지만 ..

일기 2016.05.23

160517.

얼른 4월이 끝나고 5월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썼던 4월의 일기를 읽었는데 지금 같아선 얼른 5월이 끝나고 6월이고 싶다. 아니지. 그 땐 또 7월이고 싶을까? 피가 얼어붙는 느낌같은거. 갑자기 '꽈광!' 하고 얼어붙는 느낌이 아니라 정신이 냉정해져서 피까지 냉정해지는 느낌. 그리하여 아무리 좋은 조건이라도 흘려보낼 수 있게하는 용기를 주는 것. 애초부터 그런게 나랑 어울릴 리가 없지. 드디어 어제 복싱 등록했다. 생각해보니 제대로 된 운동을 배워 본 적이 없다. 퍼스널 트레이닝을 운동이라 할 수도 없고, 취미로 하던 놀이들을 운동이라 할 수 없으니. 오늘부터 가기로 하긴 했는데 나 왜 지금 기차 안이지? 오늘 갈 수 있을까. 운동도 하면서 좋은 마음가짐을 찾았으면 좋겠다. 책을 우연치 ..

일기 2016.05.17

160508.

고등학생 때 친구와 나눠쓰던 일기장을 오늘 바꿔읽었다. 글 속의 나는 나도 잘 모르겠는 어떤 사람이었다. 그때의 내 기분이나 생각을 읽을 수 없어 몇 장 뒤적거리다 낯간지러워 그냥 덮어버렸다. 친구는 본인이 쓴 글을 읽으며 당시에도 힘들어하던 고민이 지금까지도 연결되어 있다며 신기(?)해했다. 어떤 고민은 며칠이 지나가면 그게 어떤 일이었는지, 얼마나 나를 괴롭혔던 일인지 모를만큼 해결이 되는 일들도 있지만 또 어떤 문제들은 삶이 송두리채 바뀌지 않는다면 해결되지 않을 그런 문제도 분명 있다. 문제의 주체가 상황일 경우 상황이 바뀌면 되니 어찌보면 간단하지만 문제가 나에게 있으면 그건 좀 많은 시간이 필요한 일인지도 모른다. 4개월을 끙끙거리며 고집부려온 프로젝트가 막바지에 다달았다. 잘한건지 아닌건지 ..

일기 2016.05.08

160503.

요새 턱 때문에 고생하던 나에게- 며칠 전 아침. 일어나자마자 엄마가 나를 엄청 안쓰러운 얼굴로 바라보시며 '딸. 그 틱장애가 굉장히 무서운거더라.. 조심해' 라고 말씀하셨다. 그 즈음 티비에서 틱장애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는지 엄마는 내가 턱관절장애 진단 받은걸 틱장애로 잘못 아셨나보다. 아 엄마. 그건 진짜 무섭지... 한참- 맘에 내키진 않지만 해야 하는 얘기를 하고 있던 중, 성경알람이 왔다. 어플에서 제공하는 그 날의 말씀 같은건데 잠언 17장 28절. “미련한 자라도 잠잠하면 지혜로운 자로 여기우고 그 입술을 닫히면 슬기로운 자로 여기우느니라” 지혜로운 척 하는 나는 얼마나 어리석은가. 결국 속 안에 있던 말들을 다 뱉어냈다. 두근거리던 마음이 좀 가라앉았다. 지혜롭지 못하고 ..

일기 2016.05.03

160501.

5월이 됐다. 2016년의 1/3 을 썼다. 그래도 꽤 감사한건 어찌됐던, 어찌될건간에 잘 진행되고 있고 그렇게 될지도 모른다는 희망. 상반기엔 일도 몰아치고 어려운 고비도 참 많았다. 이런저런 사람들을 만나봤지만 마음을 줄 사람은 아직도 찾지 못했다. 뒤늦게 일에 집중하다보니 연애도 결혼도 다 한없이 미뤄지는 기분이다. 그래도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나름의 방법을 찾아낸건 참 기특하다. 내일은 진짜 체육관에 등록할 예정이다. 이런저런 이유로 미뤄만 뒀었는데 내일은 정말 퇴근 후에 가야지. 이젠 제법 무릎도 튼튼해졌으니까. 아 진짜 요샌 무릎이 안아프네? 진짜 등록하고 인증하겠습니다. 2/3 은 운동에 열과 성의를 쏟아내야지. 엄마가 너 요새같이 살아선 퇴근하고 운동이 웬말이냐, 됐고 퇴근이나 일찍해서 ..

일기 2016.05.01

160424.

봄 자켓 하나 사러 갔다가 엄마의 꼬임에 넘어가 자켓 두개에 저건 언제 입을 수 있을까 싶은 빨간 슬랙스까지 사왔다. 흐음. 회사를 더 열심히 다닐 수 있을 것 같아요. 하나님을 사랑하는건 하나님의 계명을 지키는 것이고, 하나님의 계명은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는 것이라 했다. 하나님을 사랑하는 걸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진 모르겠지만, 지금의 난 이웃을 내 몸과 같이 사랑하고 있지는 않은 것 같다. 나를 또한 사랑하는지도 생각해 볼 일이다. 나에겐 한 없이 좋은 사람이 누군가에겐 대화도 싫은 그런 사람일 수 있다는거. 뒤집어 생각하면 나도 분명 누군가에겐 거지같고 얘기도 하기 싫은 그런 사람일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내가 싫어하는 그 사람도 누군가에겐 소중한 사람일 수 있다는거. 당연하지만 당연하게..

일기 2016.04.24

160418.

또 삼척엘 다녀왔다. 새벽같이 출발했다가 일찍 돌아오는게 목표였는데 새벽같이 출발했지만 월요일이라 길이 많이 막혔고, 생각보다 일이 길어져 밤 늦게 도착했다. 이게 뭐야... ​ 드디어 버즈가 나왔다. 뭘 시켰더니 레이저 쏘고 검문하고 다닌다. 이 게임 진짜 너무 사랑스러워. 비록 유아틱하지만 사운드도 그렇고 꽤 공들인 느낌이다. 사실 이런 게임 한번도 안해봐서 평가 할 기준이 있는건 아니지만. 성경을 가끔 읽다보면 요샌 '계명을 지키라' 는 말씀이 자꾸 눈에 밟힌다. 평소 존경하는 목사님께 여쭈었더니 결국 예수님은 우리가 결코 지킬 수 없는 십계명이란 계명 대신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라' 는 새 계명을 주셨다고 하셨다. 눈에 보이는 계명을 지키라고 하셨다면..

일기 2016.04.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