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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_

친구에게 오랜만에 전화를 걸었더니 쓰는번호 둘 다 고객님의 요청으로 사용이 중지됐다고 했다. 그 친구가 힘들어하는 일이 있어 사실- 글렌굴드 의 바흐 앨범을 같이 듣자고(?) 하려고 연락했었던 거였다. 전화를 걸고 카톡을 보내도 연락이 없자 당황했다. 다른 친구에게 소식을 알아내 결국 연락이 닿았다. 잠시 긴 여행을 떠난 것 뿐이라고 했고 두개 번호가 다 정지된 줄 몰랐다고 했다. 얘기하려다가 출국 전 병원신세를 지느랴 정신없어 그냥 가버렸다고. 연락이 안되는 동안 내가 이 친구에 대해 알고 있는것이 휴대전화 번호 밖에 없다는게 (사실 집도 다 알지만-) 후회스러웠다. 그래서 친한 친구들에게 연락을 넣어 주변에 가장 가까운 사람의 전화번호를 한개씩 남기라고 부탁했다. 그리고 온 번호들은 엄마나 결혼 할 ..

일기 2016.10.18

161017.

머리를 단발로 자르고 앞머리도 냈더니 안나 윈투어- 가 되었다. 그래도 카리스마 쩌는 언니니까 괜찮아. 음.. 노랗게 염색이라도 해야할까. 오랜만에 인사동엘 다녀왔다. 사실 인사동을 가려고 했던건 아니었지만. 그러다 문득 오래전 친구들과 자주 다니던 단골집이 생각나서 들렀다. 이상하게도 나쁜 기억은 하나도 없는 곳. 그런곳이 있다는게 행복하게 느껴져 오랜만에 막걸리를 신나게 마셨다. 이젠 동동주는 없더라고.아마도 남자친구들과는 한번도 오지 않았던 곳이라 그랬을거라는게 내 추측. 그냥 식당이지만 아무나하고 같이 가고 싶지 않은 곳. 사실 지난주중에 일 때문에 잠깐 종로에 왔다가 시간이 맞아 인사동 근처에서 밥을 먹었다. 혼자였으면 밥 대신 간단하게 뭐라도 먹고 이리저리 구경을 했을텐데 일행이 있어 아쉬웠던..

일기 2016.10.17

161013.

오랜만에 삼척엘 다녀왔다. 작년 말부터 시작된 일이 이제야 정리가 되어간다. 이제 갈 일은 아마 없겠지만 그래도 다니면서 바다를 볼 수 있는건 좋았다. 원래 바다를 자주 볼 수 있는건 아니니까. 특히 동해. 태평양. 사람이 다른 사람을 바꿀 수 있다고 믿지 않는다. 누군가 누군가를 사랑한다고, 혹은 꼭 필요하다고 해서 그 사람의 성향이나 성격을 생각을 바꿀 수 있다고 믿지 않으며, 그렇게 한다고 한들 그게 진짜일까 싶다. 스스로 깨우치지 않는한.그렇기 때문에 '내가 그 사람을 바꿔보겠다' 고 하는 말을 들으면 그 사람에 대한 믿음이 깨진다. 어찌보면 우린 누군가를 바꾼다기보다 상대를 체념할 수 있는 긴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결국 익숙해지는 것. 조카를 안고 있으면, 내가 이 아이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

일기 2016.10.13

161005.

엄마랑 식당에서 밥을 먹는데 옆 테이블에 앉은 꼬마애가 자꾸만 불규칙하게 '왁!!' 하고 딸꾹질 같은 비명을 질렀다. 세번까지는 장난을 치는줄 알았는데 계속 그러기도 하고 아이의 엄마도 주의를 주지 않길래 아이와 눈을 맞추려 쳐다봤는데 아이의 눈빛이 '나도 이렇게 하고싶지 않아..' 하는 슬픈 눈빛이었다. 아마도 아이한테 어떤 장애가 있었는지 모른다. 그리고 그 소리가 멈추지 않아 아이도 당황했던 모양. 미안했다. 그리고 순간 그 아이를 불쌍하게 생각하는 나를 반성했고, 그 아이가 사는일이 힘들것이다, 라고 단정지었던 나도 미안했다. 짧게 살았지만- 그래도 사는일이 평등하다고 느끼지 않았더래서 그랬는지도 모른다. 그래도 먼 훗날, 그 아이가 어른이 되었을 땐 그런 장애가 삶의 걸림돌이 되지 않아줬으면 좋..

일기 2016.10.05

160911.

쓸데없는 어플을 깔았더니 쓸데없는 일들을 겪는다. 그래도 그 쯤이야 뭐. 다 추억이지. 주말에 오빠가 베이비페어를 같이 가자고 그러더니 바운서가 가지고 싶다고 해서 하나 사줬다. 쌍둥인데 남자아이가 내려놓기만 하면 울어대서 너무 힘들다고. 진짜로 몇시간 봐줬는데 뭘 아는건지 모르는건지 남자아이는 내려놓기만 하면 울었고 여자아이는 내내 잠만 잘 잔다. 예쁘긴 해도 두세시간 같이 있었더니 온 몸이 쑤신다. 나중에 꼬물대면서 고모고모 하면 진짜 귀엽겠지만 두세시간 그렇게 안고 있기는 좀 어려울 듯. 커트병이 생겼다. 가능하면 기르려고 하는데 예전 사진들에 나의 커트머리들이 참 잘 어울려보인다. 그 때 내가 좋아보이는 걸지도 모르겠고. 사실 더 과감하게 잘라보고 싶은데 (투블럭 같은거) 그건 좀 참아야지 싶다...

일기 2016.09.11

160905.

그런데엔 별로 관심이 없었지만, 요새 해보고 싶은게 하나 생겼다. 뭐 큰 건 아니고- 문신.손가락 사이나 귀 뒤쪽이나 손목. 안그래도 심심하던 인생에 뭔가 그런건 좋아하지 않았더래서 거부감이 없는건 아닌지라 흰색 문신을 알아보고 있다. 나를 아는 사람이라면 아마 '니가 문신을 하겠다고?' 하고 놀랄지도 모르겠지만 암튼 도안을 찾아보는 중. 어제 은행 업무를 보려다가 공인인증서 사용기간이 지난걸 알았다. 와. 이렇게 번거로울 수가. 아침에 출근하자마자 사용하는 은행들에 다 인증서를 복사하고, 그걸 또 스마트폰에 복사하는일을 삼십분째 했다. 인터넷에서 '나는 공인인증서가 없는 한국인처럼 울었다' 라는 우스갯소리를 읽었더랬는데 진짜 공인인증서 없으면 뭐 진짜 어떻게 하냐. 비밀번호도 바꾸라고 하도 난리라서 바..

일기 2016.09.05

回家

긴-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친구를 만났다. 이런저런 사연이 있었던 여행이었지만 무사히 돌아와서 반가웠고 또 서로 잘 지내다 온 것 같아 기분이 좋아졌다. 무엇보다 가을날이었고 바람이 서늘해서 더더 좋았다. 아, 선물도 받았다. 스우시 모양과 '그냥 해' 라고 쓰인 휴대폰 케이스. 중국 다녀온 친구가 한국어로 적힌 선물을 하는 역발상. ​ 아무튼 일 년 중 이렇게 좋은 날은 채 한 달이나 될까? 참 귀한 날씨다. 아끼는 친구가 돌아와 더 기분이 좋은 밤이 되겠다. 回家. 집으로 돌아오다. 돌아오다, 는 말에는 어떤 안도감이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상실- 일 수도 있겠지만. 내가 굳이 무얼 해야 하는 일상을 벗어나 겉만 핥아도 용납되는, 실수마저 (어느정도는) 이해받을 수 있는 짧은 시간 ..

일기 2016.08.31

160829.

날씨가 갑자기 변덕스럽게도 선선해졌다. 이렇게 선선해질걸 몰랐던건 아니지만 막상 한참 더운 여름을 보낸 끝이 이런 날씨라니- 그 모든 무더위가 다 보상받는 기분이다. 장기 여행을 떠난 친구는 8월 말에 들어온다고 했다. 한국은 가을이 왔고 날씨가 선선해져서, 창문열어놓고 자면 춥다- 는 얘길 했더니 얼른 들어오고 싶다고 한다. 같이 밤길을 걷고 맥주를 한 캔 마시기 좋은 계절이다. 기억할 수는 없지만 누구나 아는 느낌. 가을. 조카님들이 1년 정도, 집에 있는다고 해서 집 수리에 들어갔다. 나도 겸사겸사 방 정리를 시작했다. 두고 썼던 CD장과 서랍장을 없앴고 읽지 않는 책들을 정리했고 보지 않는 옛 사진들을 다 버렸다. 그래도 추억이지 않을까, 했던 모든것들이 가끔은 마음의 걸림돌이 된다. 대신 마켓비..

일기 2016.08.29

160824.

여름이 한번씩 지나갈 때 마다 몸에 나이테가 생기는 것 같다. 올 여름은 특히 너무 더워 그랬을까. 몸에 깊게 나이테가 생긴 기분이다. 하던 운동을 피곤하다고, 컨디션이 안좋다고 2주 못갔더니 3개월이 그새 끝이났다. 어제는 복싱장에 들러 개인용품을 조금 챙겨왔다. 그래도 글러브랑 운동화는 두고왔다. 9월에 다시 등록하겠다는 의지. 운동도 건강하자고 하는건데 요새같은 날씨는 그냥 가만히 있는것도 노동이다. 조금 서늘해지면 다시 시작해야겠다. 지하철 옆자리에 앉은 여자에게서 비누냄새가 났다. 흔히 청순한 사람- 에게서 비누향이 난다, 라는 표현을 쓰던데 이번의 비누향은 '나 비누로 씻었다!!!!!!!!!!!!!!!!!왜!!!!!!!!!!!!!!!!!!!!!!' 정도의 비누향이었다. 비누향이 그렇게도 강렬할..

일기 2016.08.24

[Gallant] Weight In Gold

그냥 랜덤으로 돌려 듣다가- 오? 이거 좋은데? 하고 보면 이 곡이고, 또 한참을 돌려 듣다가 오? 이거 좋은데? 하면 이 곡이었다. Black dust in orbit Cascades down like a parachute Bricks on my shoulders This gravity hurts when you know the truth I’m pulling my weight in gold Call me anxious, call me broke But I can’t lift this on my own Pulling my weight in gold Call me anxious, call me broke But I can’t lift this on my own We dreamt like martyrs I..

음악 2016.08.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