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630

151202.

머리 끝이 조금 갈라졌길래 다듬으러 갔었다. 감겨주는 직원이 빨래하듯 머리카락을 감겨주길래 빵터짐. 마사지 하다가 간지러워 빵터짐. 실장님이 어머 머리카락 많이 길었네요. 라며 다듬어 달라는 내 의사와 상관없이 제일 어정쩡한 쇄골 길이로 커트 감행ㅋㅋㅋㅋㅋㅋ 이전엔 날개뼈 아래까지 왔었음. 평소엔 앞머리도 잘 안잘라주더니 오늘은 코 있는 길이까지 잘라줌. 귀에 꽂히지도 않고 눈 앞에서 알짱거림. 요샌 가르마를 굳이 타지 않았었는데 어정쩡한 가르마 때문에 앞머리가 자리를 못잡고 아무렇게나 가 있다가 분수처럼 솟구치는 중. 음. 나 그냥 커트칠까.

일기 2015.12.02

151201.

좋아하지만 못먹는 것 : 삼겹살. 맥주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 : 치킨 가끔 속이 안좋은날을 되짚어보면 전날 맥주를 마셨던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삼겹살은 뭐 알고 있던거고. 치킨은 최근에 안건데 좋아했었으면 아마 자주 시켜먹었을텐데 1년동안 내가 치킨이 먹고 싶어 시킨 적이 한번도 없는거 보면. 합창교향곡에 대해 공부해보고 있다. 어차피 한번 가서 듣는거지만 한시간 내내 내가 어느 부분을 듣고 있는건지 알고싶은 마음이든다. 간신히 악장의 시작은 익숙해졌는데 3악장이 귀에 잘 안들어온다. 음악이 그림처럼 흐르듯이- 그렇게 들려졌으면 좋겠다. 아니 그것보다 합창이 나올 때 나도 조금 따라부르고 싶어 악보를 구했다. 서울필하모닉이랑 KBS교향악단도 올 해 합창교향곡 한다던데. '너무 스트레스 받는 것 같아,..

일기 2015.12.02

151130. 잃어버린것

붉은색 니트가 아무리 찾아도 며칠 째 보이지 않아 동네에 나타난다는 속옷 훔쳐가는 변태가 혹시.. 라고 생각했는데 오늘 코트가 걸려진 옷걸이 안에 있는걸 발견했다. 변태 아저씨 미안해. 너도 취향이 있었을텐데. 근데 진짜 왜 그런답니까? 뭘 느끼는거야. 그게 왜 갖고싶은거야? 소름끼쳐. 더불어- 지난번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마켓에서 샀던 물통이 맘에들어 매일매일 몸에 달고 다니는데 그게 없어져서 주말 내내 찾았었다. 이건 건반 의자 쿠션에 있더라. 넌 왜 거기 있었니. 이게 접혔다 펼 수 있고 BPA 프리 제품이라 뜨거운 물을 넣을 수 있어서 더 좋음. 뜨거운 물 넣으면 핫팩 같기도 하고 그래서. 뭘 잘 잃어버리지 않는 편인데 가끔 나도 황당할 정도로 다 잃어버린다. 예를들면 카드찍고 지하철 개찰구 통과..

일기 2015.12.01

151129.

타업체와 미팅자리에서 '미혼..이시죠?' 라고 물었다. 미혼 같아 보였다는건지 실례가 될까 그렇게 물은건지 의도는 알 수 없으나 내가 왜 이런걸 밝혀야 하는건가 싶었다. 기면 어떻고 아니면 어떡할건데. 그렇다고 하는게 좋은건지 아니라고 하는게 좋은건지 헷갈린다. 오늘 뭘 했나- 기억을 더듬으면 어느날은 출근길이나 퇴근길에 내가 뭘 했는지 전혀 기억 나지 않을 때가 있다. 일상다반사 모든걸 다 기억할 필요는 없지만 가끔 아담 샌들러가 나왔던 '클릭' 이라는 영화처럼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간들을 빨리감고 있는건 아닐까 불안해진다. 그래서 선택한 '시간을 기억하는 방법' 은 책을 읽는 것. 책 내용을 기억한다면 그 시간도 기억하게 될테니까. 요새 보통의 존재 라는 이석원의 산문을 읽고 있다. 그는 사실 나에..

일기 2015.11.29

151128. 그럴려고 했던건 아닌데

늘어지고 싶을 때가 있다. 아니면 나름의 방법으로 휴식을 몹시 충분히 취하고 싶거나. 요즈음 내가 그랬고 오늘 내가 선택한 방법은 열한시쯤 일어나 씻지도 않고 머리를 질끈 묶은 채 라면을 끓여먹고 콜라를 마시고 낮잠도 또 자고 그러다 머리가 아플만큼 오래잤다 싶을 때 일어나 백화점엘 다녀오고 싶었는데- 엄마가 도대체 넌 뭐하는거냐며 누워있는 나를 일으키고 싶어 하셨다. 누구는 여행을 다녀오면 피로가 풀린다 하고 여행을 하면, 공연을 보면- 하던데 난 정말 폐인처럼 맘껏 몸에 나쁜 음식 먹고 씻지도 화장도 안하고 뒹굴거리면 다시 일어나고 싶은 마음이 생기던데. 왜 이해를 안해줍니까 엄마님. 암튼 일어나서 백화점 다녀왔어요. 처음엔 팩만 사려고 했는데 어느덧 내 손엔. 반성합니다. 근데 진짜 꼭 필요했어. ..

일기 2015.11.28

151124.

오랜만에 실컷 수다 떨었다. 나보다 나이가 많으신 분과 이야기 하는건 즐겁다. 내가 뭐라고 철 없는 소릴해도 응응 그래- 하고 아님 그건 아니야, 라고 해주시기 때문. 다른 이야기들도 다 좋았지만, 합창교향곡을 보러 가서 신난다는 내 이야기에 목사님도 지휘자별로 들어보실 정도로 좋아하셨다고. 한번 그 차이를 느껴보라는 말씀에 괜히 두근거렸다. 뭔가 오랜만에 해야 할 일이 생긴 것 처럼. 내가 '꿈을 꿨는데요-' 라고 했더니 너 자주 꿈 얘기 한다고 하시며 웃으셨다. 잘 몰랐는데 가만보면 진짜 그런게 아침에 일어나 엄마 얼굴을 보면 제일먼저 '엄마 내가 꿈을 꿨는데..' 로 시작하니. 꿈을 자주 꾸는 것 같기도 하지만 기억도 제법 잘 하는 것 같다. 암튼 성경에서 40일..

일기 2015.11.24

151123.

일주일이 너무 빨리 지나가버린 기분도 들고 한달이 너무 빨리 가버린 기분도 들어서 올 해 쓴 포스팅을 하나하나 읽어봤다. 언젠가부터- 라고 말하기도 어색할 만큼 계속 나는 좀 어두웠지만 그래도 따뜻한 마음이 없진 않았고 스스로에 대해 많이 너그러워 지지 않았나 싶었다. 고민이 있었던 것도 같은데 지금은 기억도 나지 않는걸 보니 다행이다 싶었다. 결국 그렇게 해결이다. 기억도 나지 않을 소소한 일들 때문에 그렇게 고민하고 걱정했다니. 엄마 생신이었다. 올 해는 좀 특별한 생신이어서 특별하게 해드리고 싶었는데 어쩌다보니 그럭저럭 지나게 되었다. 엄마가 우리 엄마라 참 다행이다. 건강해주셔서 너무 감사하고 나만큼이나 시니컬한 엄마지만 내가 마음을 기댈 곳이 세상엔 유일하게 우리엄마 뿐이니까- 더 오래오래 내 ..

일기 2015.11.23

151119.

​ 수지가 너무 충격적이게 예쁘다. 너무예뻐. 오와 너무 예뻐서 핸드폰에 여자 사진을 저장하긴 처음이야. 내가 그렇게 좋아하는 전지현 사진도 한장 저장해두질 않았는데.. 책을 또 세권 빌려왔다. 마스다미리의 책이 또 두 권 포함됐는데 도서관에 있는 모든 그녀의 책들을 다 읽어볼참이다. 사실 호흡이 긴 글들을 잘 못읽는 개인적인 이유기도 하지만 담담한듯 허를 찌르고 별거 아닌일에 공감하게 하는 글들이 마음에든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매년 무지수첩을 하나씩 사서 아무때고 아무렇게나 썼는데 너무 세세한 마음을 써놓다보니 누가 볼까 무서워 점점 쓰지 않게됐고 급기야는 해외에 버리고 오는 일들도 생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트를 하나 준비했다. 취향은 아니지만 사은품으로 받은 핑크색 노튼데 뭐 어때. 손으로 글..

일기 2015.11.19

151118.

꿈에서 하나님의 시간은 1초가 몇십년일 수도 있고 몇십년의 시간이 1초일 수도 있다- 는 꿈을 꿨다. 꿈에서 나의 몇십년을 아끼기 위해 알람을 듣고 바로 일어나는 꿈을 꿨다. 그게 40년- 이었던 것 같다. 꿈이지만 아무튼. 꿈에서 또 알던 사람이 나왔다. 지금은 연락하지 않지만. 문득 궁금해졌다. 굳이 찾아서 연락해보고 싶진 않았지만- 꿈에선 잘 지내는 것 같아보이니 그런가보다, 했다. 그래도 조금 궁금했는데 이젠 누군가의 안부를 묻는것도- 가끔 괜한 일이 되곤 해서 점점 더 조심하게 된다. 우리가 정해놓은 한계라는건 어쩌면 그렇게 무의미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한계가 없다면 끝없이 좌절할지도 모르지만. 저녁에 엄마랑 티비에서 하는 영화를 보다가- 강동원이랑 송혜교가 나왔던 두근두근 내 인생 이란..

일기 2015.11.18

151115.

​ 언제 가을이 이렇게 짙어졌나. 관심을 가지지 않으면 도통 새로운걸 모르지만 조금만 정신차리고 보면 하나도 새롭지 않은게 없다. 지난주 어느날인가 퇴근하던 날 밤. 미끄럽긴 해도 치우지 말았으면 했던 낙엽들. 대부분 버럭하는 사람들의 속 마음은 진실을 알고싶다기보단 사과를 하거라- 의 식이 더 많은 것 같다. 그런 사람과 통화 하면서 자초지종을 설명하려했던 내가 너무 바보처럼 느껴졌다. 네. 제가 놓친 부분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라고 했더니 바로 풀어지는걸 굳이 아니 그건 ... 하고 설명하려 했다니. 나도 검은사제들을 봤다. 무서운 영화 싫어하는데 내가 강동원을 믿고 보려고 했다니. 암튼 귓구멍을 너무 세게 틀어막고 쭈구려 앉아 봤더니 영화보고 나오는데 힘이 풀려 다리도 팔도 아팠다. 중간에 나가고..

일기 2015.1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