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630

150909_ 합리화

살아있는것에 초연해야한다- 는 생각을 왜 하게 된건진 확실히 기억나진 않지만, 그래도 늘 그렇게 생각하고, 또 그러려고 노력한다. 만약 오늘 내가 눕는 잠자리가 마지막 날이라 하더라도 삶에 집착하지 말자. 같은거. 요샌 긴 머리카락이 부담스러워 밤에 샤워하면서 머리를 감고 선풍기 바람에 한시간이고 느긋하게 않아 머리카락을 말린다. 열한시가 넘어 머리를 감고 있는데 문득. 이 야밤에 머리를 감고 한시간이나 머리를 말리는 내 행동은 내일도 내가 여전히 살아있을거라는 지나친 확신에서 일어나는 일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었다. 그래서 나 좋을대로 합리화했다. 오늘까지 살아온 것에 대해 후회나 집착을 버리는것과 별개로 혹시 내일도 이어질 삶에 대해 더 적극적인 자세를 가지는 것이 뭐 그렇게 나쁜건 아니라고. 좋다..

일기 2015.09.10

150907. 배울게 많아서-

브라질에 사는 우리 루카스랑 나중에, 혹시라도 만난다면 인사라도 해줄까 싶어 요샌 포르투기쉬를 조금 배워두고 있다. 물론 전-혀 잘 모르겠지만. 듀오링고 라는 앱으로 하는데 한국어로는 영어밖에 안되지만, 영어로 설정하면 스페인어나 불어나 독어- 같은것도 배울 수 있으니 꽤 흥미롭다. 며칠전 루카스한테 편지가 왔는데 점점 그림도 꽤 자리를 잡은 느낌이다. 이젠 사람인지 사물인지 구별되는거 보면. 꾸러기 였으면 좋겠다- 고 생각했는데 가끔 써보내는 글을 보면 꽤 학구적인 아이가 될 것 같은 느낌이다. 한번이라도 만나볼 수 있을까. 중국어도 자주 쓸 땐 유창하지 않더라도 불편하지 않게 썼었는데 요샌 하도 안쓰고 쓸 일이 없으니 조금 무뎌진 느낌이 든다. 역시 자격증을 목표로 공부를 해야 실력이 어쨌든 올라가는..

일기 2015.09.07

그간의 사진일기_

​ ​ 페르난도보테로 보러 갔다왔다. 난 그림은 잘 모르지만 색감이 고갱같기도 했다. 다 보고 나와서 쇼콜라를 먹었다. 몇가지 인상적인 그림들이 있긴 했지만 여전히 역시 모네- 가 가장 좋다고 생각했음. 머리카락이 제법 많이 길었다. 파마가 거의 풀렸다. 주말에 시간이 나면 미용실에 가야겠다. 염색은 뿌염이 귀찮아서 더이상 못하겠고, 본격 가을이 오기전에 웨이브 한번 더 해야겠군. 굿즈는 뭘 만들어도 촌스럽다, 고 생각해서 어지간하면 전시회를 가도 엽서정도만 사고 마는데 보테로전에 있던 이 우산은 금액만 맞았으면 아마 샀을거야. 검정색 우산을 펴면 저렇게 꽃 그림이 나옵니다. 얼마나 화사하겠어. 비오는데. 근데 너무 비싸. 오만원이었나. 오빠 결혼하고 언니의 첫번째 생일이었다. 잘 챙겨주고 싶었는데 생각..

일기 2015.09.01

그지같은 여름휴가_

지난주 여름휴가를 느즈막히 썼다. 집안에 큰 일들이 많아 어딜 간다는건 꿈도 못꾸고, 평상시처럼 아침에 일어나 아버지 식사를 챙겨드리고 설거지하고 빨래를 돌리고 청소를 했다. 간단한 집안일이 끝나면 티비를 틀어놓고 샤워를 하고 머리를 말리면서 커피도 마셨다. 뭔가 완벽한 가정주부의 모습이었지만 아직 요리는 좀 어려워. 아침에 아부지께 계란찜- 을 해드려야겠다고 생각해서 인터넷으로 레시피를 찾아봤는데 물이랑 우유를 넣고 전자레인지에 나눠서 약 4분정도 돌리면 된다고했다. 집에 마침 우유가 없었고 급한대로 비슷한 두유를 넣었는데 들척지근하고 시꺼먼, 이상한 맛과 모양의 계란찜이 되었다. 백주부꺼라도 좀 봐둘걸 그랬나. 반을 갈라 이건 다 드셔야 한다고 협박했다. 또 다른날은 냉장고에 있는 버섯들을 모두 넣고..

일기 2015.08.31

150823. 오랜만에 다시_

스물여섯에 처음 친구들과 태백에 한 교회를 갔던 적이 있다. 가서 애들이랑 놀아주고 온게 인연이 되어 자주는 아니지만 2년정도에 한번씩은 기회가 닿아 방문했었고 주말에 다시 가게 되었다. 나 같은건 상상도 못할만큼 각자의 어려운 사정이 있는 아이들이 유독 많았더래서 마음이 쓰이고 그랬는데, 그때 초등학생이었던 아이들은 중고등학생이 되었고 이젠 저마다의 꿈을 찾아 대학 입시 준비를 한다고들 했다. 다들 잘 자라준 것 같아 고맙고 예쁘고 반갑고. 그 아이들 중 한명은 우리집 근처의 한 대학엘 오게 되었다고 했다. 집이랑 가까우니 꼭 와서 연락하라고 했다. 맛있는 것도 사주고 그래야지. 한 아이는 실업계 고등학교여서 실습을 해보며 사회를 조금 경험해봤었나보다. 또래 친구들이 대학 고민을 하고 있으니 그래도 그..

일기 2015.08.23

150820. 업데이트_

오랜만에 티스토리 스킨을 바꿨다. 지난번것도 큼직하니 좋았는데 오류가 조금 있어서 일일히 수정하는 문제가 있었는데 이번건 어떨지 잘 모르겠지만 일단 반응형인데도 불구하고 이쁘고 다른거랑 다르게 블로그 냄새가 난다. 좋아좋아. 마음에 들어. 공모전을 했던 모양인데 거기서 선정된 반응형 스킨 중 하나. 궁금하시면 티스토리 메인에서 찾아보세요. 윈도우도 10 으로 업그레이드 했다. 누구는 몇시간이 걸렸다고 그러던데 한 40분 정도 걸린거 같던데. 컴퓨터 성능이 좀 좋아서 그런건지 잘 모르겠지만. 듀얼모니터를 쓰는데 듀얼이 안잡혀서 당황했다. 다시 연결해봐도 잘 안되던데 인터넷 검색해보고 했더니 뭘 따로 설치한건 아니었는데 저절로 듀얼이 잡혔다. 근데 순서가 뒤바껴서 1 모니터에 2가 뜨고 2 모니터에 1이 뜬..

일기 2015.08.20

150816.

집에 이런저런 일들이 터져서 요샌 신경써야 할 일들이 많이 생겼다. 내가 뭘 어쩔 수 없이 걱정만 해야 하는 일들이라 마음이 불편하다. 엄마의 푸념을 들으면서 '내가 너 아니면 이런 얘기를 어디서 하겠냐' 고 하셨다. 사실 나도 많이 예민하고 짜증나 있던 상태라 사실 엄마의 말을 들어줬다기보다 그냥 흘려들었던 것 뿐이지만 그래도 듣다보니 다시 심장이 답답해졌다. 그럼 난 누구한테 얘기해야하나. 내가 뭘 어떻게 해야하는거지. 내 안에 아프고 힘든 얘기를 들어줄 사람은 없다, 고 생각한 후로는 마음이 답답하거나 울고싶으면 다른 생각을 하거나 아예 생각을 없애버리려고 노력한다. 그래도 오늘은 효과가 없다. 이렇게 블로그에 써놓는 것도 이젠 괜히 불편해졌다. 샤워를 하면서 저녁을 게워내고 울었..

일기 2015.08.17

150810.

인사이드 아웃 (2015) Inside Out 8.4감독피트 닥터출연에이미 포엘러, 필리스 스미스, 리처드 카인드, 빌 하더, 루이스 블랙정보애니메이션 | 미국 | 102 분 | 2015-07-09 글쓴이 평점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영화다. 왜 JOY의 머리가 푸른빛인지, 사람마다 왜 주도하는 감정이 다른것인지, 한가지 감정으로만 도배되는게 과연 올바른것인지. 가끔 우리나라가 행복에 너무 집착한다는 내용에 기사를 본다. 잘 먹고, 잘 놀고, 잘 입고 사는걸 과시하고 싶어한다고. 근데 정말 그 안에 행복이 있는건가. 하는. 그래서 가끔 슬프고 좌절하고 우울하고 넘어지면 큰 실수를 하거나 낙오가 된 것 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는 당연히 슬플 수 있고, 그 모든 감정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질 때 ..

일기 2015.08.10

150803_

연평해전 (2015) Northern Limit Line 6.5감독김학순출연김무열, 진구, 이현우, 이완, 김지훈정보드라마 | 한국 | 130 분 | 2015-06-24 글쓴이 평점 전쟁을 겪어보지도 않았고, 원해서 간 군대도 아니었을테고. 정말 무서웠겠다. 어쩌면 나도 그렇게 한 구석에 숨어서 빨리 이 상황이 끝나기만을 바랬을지도 모르겠다. 내용과는 상관없이, 영화에 대해서만 보자면 클라이막스로 향하는 과정이 조금 지루하고, 후반부에 감정을 끌어내는 장치들이 좀 빤히 보여서 오히려 감정이 좀 반감됐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장면에서는 아군이 당하는건지 적군이 당하는건지 헷갈리기 시작하면서 집중이 떨어졌다. 다만 잊혀지지 않도록 기억하는게 마음의 도리가 아닌가. 어제, 유투브에서 오준 대사의 발언을 봤다...

일기 2015.08.03

150725. 오랜만에_

가끔 손톱이 들고 일어나는 것 처럼 너무 아플때가 있다. 내가 관리를 잘 못하는가 싶어 가끔 정리 받으러 간다. 이상하게 색을 손톱에 올리면 잘 안어울린다. 맨송맨송하고 짧막한, 투박한게 나 같다. 내가 술을 엄청 잘 먹게 생겼단다. 그런소리 처음 들어보는건 아니지만, 나름 요새 조신한 이미지메이킹 중인데 전혀 효과가 없었나보다. 실제로 이젠 술을 거의 마시질 못한다. 기껏해야 맥주 한 캔. 조금마시고 빨리 취하고 금방 깨고. 인디언핑크- 색 린넨블라우스를 입고 출근하는데 앞 사람 등에 밀착되는 바람에 그 부분만 흥건하게 앞사람 땀에 젖었다.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자고 이렇게 열심히 출근을 해야하나 싶었다. 출퇴근시간이 짧을수록 삶의 질이 높아진다고 했었나. 만족도가 높다고 했었나. 그게 뭐든 그게 ..

일기 2015.07.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