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오는 길. 기도를 하려고 생각을 열었는데 정작 하고 싶은 기도가 나오질 않고 쓸데없는. 그러니까 그냥 피상적으로 하는. 내 본심과 다른 기도만 두서없이 줄줄 나왔다. 안하니만 못하다 싶어 그냥 입을 닫았다. 해야 할 얘기가 많은데 뭔가에 가로막혀 정작 해야 할 얘기를 못했다. 꿈에서라도 하나님을 만난다면 그땐 진짜를 얘기하고 싶다. 나는 요새 이렇다고. 저녁에 씻으면서 그날 입은 속옷이나 양말, 셔츠 같은거 손빨래를 간단히 하는데 지난번에 빨아 널다가 '이건 빨았으니까 한번만 더 입고 버려야지' 했던 속옷을 빨고 있다는걸 알았다. 입으면 몸에 참 편하고 익숙해서 좋은데 낡아서 버려야 하는게 괜히 짠하게 느껴졌다. 아니. 굳이 버리지 않아도 되지만 버리고 싶어하는거. 오래된 사랑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