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630

150503. 미안한 연휴

며칠 전 비오던 날. 출근길에 미끄러져 휴대폰 액정이 박살났다. 바꾼지 한달도 안된 내 아이폰.. 넘어질 때 하필이면 작년 여름 다쳤던 무릎으로 넘어져 아직 조금 불편하다. 미안해 누나가 요새 미쳤나봐. 잘 넘어져ㅠㅠ 암튼 그래서 수리를 맡겼는데 시간이 길면 보름이나 걸린대서 임대폰을 받았는데 무려 아이폰4. 와 이거 3g였던거 기억하십니까? 엄청 느려. 마치 2g 쓰는 기분. 휴대폰을 산건지 상전을 모신건지 알 수 없음. 비싸긴 더럽게 비싸고 잘 깨지고. 암튼 이번에 다시 받으면 핸드폰에 철갑을 두르던지 해야지, 한번 더 깨먹었다간 멘탈이 훨훨 날아갈 것 같음. 연휴가 길었다. 여행계획은 물론 안세웠고 이때다 싶어 늘어지게 쉬었다. 한화 야구중계를 봤고 중간에 엄마랑 고터도 놀러가고 예쁘다며 운동화도 ..

일기 2015.05.04

150412. 오랜만에

​ 늦게 퇴근하던 날 밤. 집으로 들어가는 골목 입구에 예쁘게 꽃이 피어있었다. 이제는 재개발 된다고 동네가 뒤숭숭하지만 그래도 난 우리 동네가 마음에 든다. 봄엔 꽃도 피고 가을엔 낙엽도 노랗게 지고. 낮엔 거동이 불편하셔서 멀리 나가시는거 꺼리시는 할머니를 굳이 모시고 꽃 보러 잠시 나갔다왔다. 노인정 앞마당에도 꽃이 피었다고 손을 저으시더니 진달래며 벚꽃이며 개나리, 목련까지 보시고는 봄 꽃 다 봤다며 소녀같이 좋아하셨다. 뭔 꽃구경이냐 싶지만 작년의 꽃은 올해의 꽃과 다르고 꽃을 대하는 마음도 매 해 다르다보니 그렇게들 사람들이 쏟아지는가 싶다. ​​​ 내일 비 소식이 있다. 비가 이틀 오고나면 꽃이 다 지겠지. 니가 거기 있는다는것도 모르고 또 일년을 살겠지. ​​ 엄마랑 목욕갔다가 나오며 점심..

일기 2015.04.12

150403. 남의 연애

오랜만에 친한 언닐 만났다. 이미도 지난 생일을 축하한다며 맛있는 샐러드에 빠네를 먹었다. 어제는 낮부터 맥주가 마시고 싶었던 날이라 밥 먹으면서도 한잔 마셨으나 씅(!) 에 차지 않아 다시 2차. 아 웃긴건, 뭐 의무이기도 하지만 누가봐도 어려보이지 않고 언닌 서른일곱 난 서른하나인데 민증검사를 요구했다. 알바생 너 너무 열심히 일한다? 남의 연애사엔 함부로 개입하는게 아니다. 돌이켜보면 연애란 지극히 사적인 부분이라 아무리 나와 친하다 하더라도 내가 그 사람의 연애스타일까지 이해할 수 없고 또 사랑이란게 이성을 가지고 판단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니 옆에서 아무리 떠들어봐야 다 소용없는 짓인거다. 행복하다면 그 뿐. 막말로 내가 부모도 아닌데 뭐. 그래도 속상한건 있다. 어쩔 수 없이. 내가 이 사람을 ..

일기 2015.04.04

150330. 다녀왔습니다_

지난 금요일은 나의 31번째 생일이었고, 생일을 끼고 제주도엘 다녀왔다. 이젠 만으로도 빼도박도 못하는 삼십대가 되었다. 장시간 장거리 운전은 처음이었다. 그런데 나 생각보단 드라이버의 피가 흐르고 있는 듯. 주차도 잘하고 끼어들기도 잘하는데 아직 간이 조그매서 막 밟지는 않고 항상 속도를 준수하며. 네. 민폐를 끼치고 왔습니다. 작년 이맘즈음엔 엄마랑 다녀왔는데 비가 오고 춥고해서 뭘 봤다기보단 오며가며 레드향을 사먹고 온천하며 느긋하게 쉬다 왔는데, 이번엔 말도 타고 카약도 탔다. 동에서 남으로, 남에서 서로, 서에서 북으로 샅샅히 훑고 왔다. 제주에 또 가고싶어질지 잘 모르겠다. 아마 가고싶어지겠지. 그런데 가서 뭘 하면 좋을진 잘 모르겠다. 박물관도 흥미없고, 자연경관도 어지간하면 다 가봤고. 맛..

일기 2015.03.30

150326. 일단은_

매일 누군가가 꿈에서 '너 때문이야!' 라고 나를 질책한다. 사실 나 때문- 이라고 생길만한 일도 일어나지 않았고 그렇다해도 아무도 날 비난하지 않을거란걸 알면서도 잘 해야한다는 스스로의 압박이 매일 이렇게 누군가 날 질책하는걸로 느껴질만큼 날 자꾸 조급하게 만든다. 오빠가 연락와서는 세상의 점이 되는 기분이라고 했다. 그 기분이 뭔지 알겠어서 위로해 줄 수 없었다. 오빠는 점이 아니라 가장 큰 사람이라고도 할 수 없었다. 그 말의 무게를 느낄 오빠를 알기 때문이다. 오빠는 자주 미안하다고 그런다. 미안하단 말 한마디에 점점 멀어지는 기분이다. LOVE STORY에서 여자주인공은 사랑은 미안하다고 얘기를 하지 않는거랬나. 그게 물론 사과하지 않고 무례하게 굴어도 된다는 뜻이 아니겠지만- 예전엔 그런 말을..

일기 2015.03.26

150321.

오늘은 위플래쉬가 보고싶었다. 아침일찍 나가려다가 놓치고 나니 의욕이 안생겨 포기. 주말이 이렇게 가는구나. 다음주에도 상영한다면 꼭 보려고 했는데 나 여행가지 참. 그렇다면 가서 보지 뭐. 어제가 할아버지 기일이었다. 벌써 5년째였고. 제사를 드리거나 하진 않지만 오랜만에 가족들이 모두 모여서 저녁 먹고 할아버지 이야기 하면서 좋은 시간을 보냈다. 내가 그렇게 싫어하던 할아버지였지만 사실은 싫어했다기보단 오빠만큼 할아버지한테 사랑이 받고 싶었던 것 같다. 요샌 넌 누구 닮아 그렇냐고 물으면 '할아버지' 라고 대답해버린다. 그러면 '흐음-' 하는 분위기가 되는데 이거 좋은건지 나쁜건지 알 수는 없지만 나름 나만의 유용한 삶의 팁. 살아계셨더라면 정말 좋았을텐데. 시력이 많이 떨어져서 안경을 안쓰면 뭔가 ..

일기 2015.03.21

150316. 봄을 맞이하여-

매일이 멘붕이지만 또 조금씩 배워나가는것도 분명 있다. 처음에 대강하면 나중에 바로잡는건 더 어렵고 귀찮은 일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너무 꼼꼼하려고 노력하는건 피곤한 일이다. 그렇게 노력해도 사람인지라 결국 한두군데는 꼭 틀리던데 뭐. 암튼 오늘은 후퇴. 또 음악을 몽땅 지웠다. 새로운 음악이 필요한 시점이다. 오늘은 이런저런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틀어놓고 있었는데 기억에 남는 곡이 단 한 곡도 없다. 집중을 안해서도 그렇겠지만 귀에 박히는듯, 왜 그런 곡도 분명히 있는데. 봄을 맞이해서 난 뭘 들을까요? 일주일을 못참고 어제 오후에 머리를 하러 갔다. 숱을 좀 쳐내고 웨이브를 넣었는데 왜 난 지금 산발이 되어있는거죠? 분명 어제 실장님이 만져줬을때랑은 달라ㅠ 이쯤되면 내 손이 의심스러운거다. 예전에 ..

일기 2015.03.16

150314. 요즘의 생활_

정신이 복잡할 때 이 음악이 나오면 마음이 괜히 편안해지고 정말 기분도 좋아지는 것 같다. 괜히 착해지는 것 같기도 하고. 머리카락 아낀다고 파마도 안하고 염색도 다시 어둡게 뒤집어씌웠는데 그러다보니 영 생기가 없어보인다. 솜씨가 없어 셀프로 뭘 하긴 좀 어려워 친척동생 결혼식에 다녀와서 미용실에 가려했더니 무려 대기를 세시간반을 해야한대서 포기. 다음주말엔 아침일찍 머리하러 가야겠다. 이젠 제법 머리카락도 길었다. 머리카락 기증한다고 그 긴 머리를 싹둑 자르고는 5년만이다. 커피를 많이 마신다고 특별히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본 적 없었는데 최근 드립커피를 진하게 한잔 마시고 난 다음 두통도 생기고 속도 울렁거리고 잠도 못잤던 날이 있었다. 이후로도 아직까지 두통이 남아있어서 커피를 마시지 않고있다. 커피..

일기 2015.03.14

150312. 봄이오면-

내 취향 모르는 엄마는 봄이 되었다며 핑크색 침대 커버 세트를 사다주셨다. 중요한 사실은 난 내 돈 주고 핑크색 물건을 사 본 적이 없는 블루-너 인데. 엄만 나 아는거 맞나. 오빠가 신혼여행에서 돌아오며 생일선물겸 가방을 선물했다. 음 이건 파란색에 양가죽인지 뭔 가죽인지 보드랍고 가죽냄새도 좋다. 오빠가 농담처럼 오빠같은 남자 만나 시집가라는데 고려해봐야 할 일이다. 메이크업을 전문가에게 받고났더니 나도 작은 팁들이 생겨서 화장하는게 재미가 있다. 다만 아직 익숙치않아 시간이 많이 걸리는게 단점. 출근해도 누가 봐줄 사람도 없는데. 퇴근 후 약속이라도 잡아야하나. 요샌 가끔 '이게 괜찮은걸까?' 하는 고민을 많이한다. 내 행동이나 선택의 기준이 환경에 흔들리지 않도록 하기 위해선 나도 나만의 위치가 ..

일기 2015.03.12

150306. 감정_

비밀로 써야 할 일기들이 늘어나고 속마음을 드러내는게 약점이라는걸 알게되고 오래된 상처들을 어쩔 수 없이 짊어지고 살아가고 아직도 해결못한 문제들이 남아있다는게 두렵다. 낯선 사람을 사서 내 이야기를 드러내야 한다고 할 때, 왜 굳이 주변 지인들에게 그런 이야기들을 할 수 없는 지경까지 이르렀을까- 하고 안타깝게 생각했던 적도 있었다. 그런데 왜 그래야 하는지, 그런 사람들이 왜 필요한건지 조금 알 것 같다. 내 상처를 내 관점에서 바라봐주고 이해해 줄 사람도 필요하다. 누구나 자신의 시각으로 사건을 바라보기 때문에 상처받은 사람의 마음을 다 공감하기란 어려운 법이다. 니가 보기엔 60% 정도 상처받았을수도 있다- 고 생각한 그 사건은 사실 당사자에겐 인생 전체를 뒤흔들만큼 강력한 사건이었을 수도 있었을..

일기 2015.03.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