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630

갑자기

*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 음성을 녹음해둔 파일이 몇개가 있다. 오랜만에 듣다가 할아버지가 가족들에게 조언 - 유언 이라 해야할까 - 을 하시는 대목이 나오는데 누구는 뭐 이러니까 앞으로는 이렇게 했으면 좋겠다, 뭐 이런 내용. 내 차례가 되자 할아버지는 '우리 손녀는 걱정 하나도 없어' 라고 하시고 웃으셨다. 병원에서도 몇번이고 '우리 손녀는 걱정 하나도 안된다' 시며 같은 병실 사람들에게 날 자랑하셨더랬다. 난 내가 이렇게 걱정스럽고 사는게 때로는 무섭고 겁이나서 뭘 어떻게 해야 좋을지 전혀 모를때가 허다한데, 왜 할아버지는 내 걱정을 하나도 안해주셨을까. 정말 날 믿어주셨던걸까 모르겠네. 이 얘기를 저녁식사시간에 엄마한테 했더니 엄마 역시 나도 네가 조금도 걱정되지 않는다시며 뭘 당연한걸 고민하..

일기 2014.08.22

140821.

1.장범준의 1집이 나왔다. 아티스트마다 각자의 음악의 색깔이 있다는건 중요한건데 색깔이 너무 뚜렷하다보면 그 사람의 어떤 음악을 들어도 다 똑같이 들린다는게 문제다. 귀에 하나도 안들어오고 그게 그거같은 그런 느낌. 그리고 인트로- 를 기다렸는데 인트로가 없다니! 유승우나 버스커나 인트로가 너무 좋아서 그것만 듣기도 하는데, 이번엔 왜 없죠? 그래서 듣고 갑니다. 내가 사랑하는 인트로. 이건 내 벨소리. 꼭 봄에 꿈꾸는 느낌같다. 이게 벨소리였던가. 아무튼 이거 두개 너무 좋아. 2.윈도우 자동업데이트 걸어놨더니 컴퓨터 재시작 할거라고 하도 알림을 울리길래 그래라, 했더니만 이게 에러가 나서 컴퓨터 포맷했다. 프로그램들이 싹 지워지고 윈도우도 오히려 다운그레이드 됐어. 이게 뭐하는짓이니. 중요한 작업 ..

일기 2014.08.21

140819. 마음같아서는_

1. 이번주는 일찍 자야겠다 마음 먹었는데 오늘은 실패. 이상하게 열두시반- 즈음이 넘어서야 뭐든 집중이 잘 된다. 책을 봐도 공부를 해도. 암튼 중요한 것들을 할 땐 밤 늦게 해야하는 버릇이 있는데- 이게 길어지면 밤도 꼴딱 새는 경우가 허다하다. 처음에는 열두시반에 잠이 들다가 머지않이 한시반, 더 지나면 두시반, 세시, 네시, 하다보면 해가 뜨고. 아침엔 일어나야 하는 시간이 있는데 잠이 점점 줄어드는거지. 나 진짜 일찍 자고 싶었는데 에잇. 2. 뛸 수 있을거라 생각을 했던거였는지 아까 계단을 오르다 나도 모르게 예전처럼 살딱 뛰었는데 다리가 움직이질 않는 바람에 크게 또 다칠뻔했다. 으 무서워- 그래서 또 무릎이 쑤시는 바람에 엄마가 찜질팩을 사왔는데 이거 사용법이 귀찮다. 생각보다 오랫동안 따..

일기 2014.08.19

140817. 조심스러운_

1.요샌 '크리스찬' 이라고 밝히는게 가끔은 비난받을 수 있는 말이란걸 새삼 느낀다. 그래서 정신차리고 살아야겠습니다. 제가 크리스찬이거든요. (왜 이런 말을 하는게 두렵다고 느껴지는건지 모르겠네.) 2.친구가 한번은 '교회 다니는걸 나쁘게 생각하지 않는 타종교 남자' 여도 안되는것이냐 물었다. 나의 경우 결론은 '안된다' 였는데, 이유인즉, 내가 어떤 이야기를 할 때, 혹은 어떤 문제를 바라볼 때 해결하기 위한 방법의 가치관이나 믿음, 사고가 다르다면 영영 이해받을수도, 이해할수도 없으며 사과도 불가능한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아마 이런 부분들 때문에 한편으로 크리스찬들이 욕을 먹지 않나 싶기도. 3.사실 크리스찬은 예수님을 닮아가는 삶을 살아가기로 작정한 사람들 - 인데, 사실 나도 물론이거니와 ..

일기 2014.08.17

140816. 여러가지_

1.시간을들여 블로그 처음부터 끝까지 대강 한번 읽어봤다. 중국 유학때 우연히 만든 블로그로- 사실은 벗어나고 싶어 만든 블로그였는데 또 차곡차곡 쌓아놓아버렸다. 손으로 쓰는 일기는 부담스러워하면서도 이렇게 꾸준히 일상을 남겨뒀다는게 나로썬 기특하면서도 끔찍한 일이다. 사실 '사건' 보다는 '감정' 에 맞춰진 일기들이라 차마 읽지 못한것들도 수두룩했다. 여전히 내 안에서 해결하지 못한 일들이 이렇게 미련하게 시간을 보내는 것으로 해결을 하려고 하는것도 안쓰러운 일이다. 그렇게 점점 더 멀어져간다. 2.블로그를 뒤적이며 좋은 노래, 좋아했던 노래들도 많이 찾아냈다. 플레이리스트가 조금 풍성해졌는데, 미안- 나 페퍼톤스 먼저 들을꺼야. 3.이런 무의미한 블로깅을 언제까지 할 수 있을것인진 잘 몰라도 가능하다..

일기 2014.08.17

140813.

오랜만에 친했던 동생들이랑 저녁먹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는데 얘들이 이제 말하는 주제나 생각에서 남자티가 난다. 그래서 참 낯설었다. 난 왜 그 애들이 영영 철이 없을거라 생각했었을까. 정작 철이 없는건 나인데. 마흔까지 철들지 말아야지 했는데 꿈이 이뤄지려 그러는가. 도서관에서 칼의노래 를 빌려왔다. 영화 이후로 역사에 관심이 생겼다. 이건 분명 좋은 자극임에 분명함. 다음엔 영화로 이런것 좀 많이 만들어주세요. 드라마는 너무 길어. 책 빌리러 갔다 오다가 무리가 됐는지 하루종일 발목이며 종아리가 쑤셔. 내일은 따뜻하게 찜질을 해보겠습니다. 비가 와서 그랬나. 요샌 평소 잘 듣던, 좋아하던 음악들이 귀에 잘 안들어온다. 새롭지만 익숙한 좋은 플레이리스트를 갖고싶다. 아 이 사랑하는 음악이여.

일기 2014.08.13

140812. 걷는 일의 즐거움

지난주 처음으로 혼자 걷기 시작했다.멀지 않은 곳에 사는 친한 언니를 불러 동네 카페엘 갔다.사실 다치기 전 자주 가던 카페가 있었는데그 카페역시 문을 닫아버리는 바람에(내 단골 가게는 망한다는 슬픈 전설. 벌써 카페는 세곳, 식당도 세곳)별로 좋아하지 않는 좀 시끄러운 카페엘 갔는데 그것 역시 기분이 좋았다. 허니브레드, 같은건 줘도 잘 먹지 않는건데그날은 입가에 생크림을 한껏 묻혀가며 다 먹어버렸다.이후 오빠 생일선물 산다고 백화점에 갔던게 무리가 되는 바람에일요일엔 내내 집에 누워있었던게 흠이었지만. 엄마가 키우는 물고기, 구피.얘들이 알을 안낳고 새끼를 낳는데이번엔 새끼를 무려 한번에 63마리나 낳았다.미물이라 하더라도 이것들이 새끼를 낳을때면엄마건 아빠건 꼭 꿈을 꾸신다. 오늘은 기필코 독한 술..

일기 2014.08.12

루시드 폴 - 봄 눈

자 내 얘기를 들어보렴 따뜻한 차 한잔 두고서 오늘은 참 맑은 하루지 몇 년 전의 그 날도 그랬듯이 유난히 덥던 그 여름 날 유난히 춥던 그 해 가을, 겨울 계절을 견디고 이렇게 마주앉은 그대여 벚꽃은 봄눈 되어 하얗게 덮인 거리 겨우내 움을 틔우듯 돋아난 사랑 처음으로 말을 놓았던 어색했던 그날의 우리 모습 돌아보면 쑥스럽지만 손끝에 닿을 듯이 닿지 않던 그대는 몇 년이 지난 지금도 그대로인데 하루에도 몇 번을 내게 물어봐도 나는 믿고 있어 떨어지지 않는 시들지 않는 그대라는 꽃잎 처음으로 말을 놓았던 어색했던 그날의 우리 모습 돌아보면 쑥스럽지만 손끝에 닿을 듯이 닿지 않던 그대는 몇 년이 지난 지금도 그대로인데 하루에도 몇 번을 내게 물어봐도 나는 믿고 있어 떨어지지 않는 시들지 않는 그대라는 꽃잎..

일기 2014.08.10

140808. 다정한 꿈

1. 꿈은 내 마음이니까 (그렇다고 맘대로 꿀 수 있는건 아니지만) 동의가 필요 없다는게 좋기도 싫기도. 어젯밤 꿈엔 오래전 오랫동안 만나던 사람이 나왔다. 꿈에서 그 사람의 키가 이상하게도 훌쩍 컸고 말랐던 몸도 살이 올라 예뻐보였다. 꽤 다정한 꿈이었다. 2. ask.fm (나 혼자 랜덤 질문에 대답만 하고 있음) 에서 '사랑에 빠졌는지 어떻게 알 수 있냐' 는 질문을 해왔다. 아마도 사랑에 빠지는 느낌은 행복한건지 두려운건지 두가지 느낌이 묘하게 섞여 콩닥거리는 기분일지도 모르겠다. 행복할 것 같지만 영원히 함께가 아닐지도 모르는 기분에 느껴지는 불안함 같은거. 다들 어떠신가요- 아직 성공(?)한 사랑은 없어 그런가 난 그렇던데. 3. 그러니까 어제 내 꿈이 그랬었다. 행복한데 두려운 느낌. 하기야..

일기 2014.08.08